실손 보험이냐 하느님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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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 보험이냐 하느님이냐
  • 최태선
  • 승인 2020.11.0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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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선 칼럼
사진출처=pixabay.com
사진출처=pixabay.com

누구나 하느님을 믿는다면서 교회엘 나갑니다. 그러나 교회에서 하느님을 믿는 사람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돈을 믿으면서 하느님을 믿는다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돈은 전능합니다. 말인즉슨 유사전능성이지만 돈이 가진 전능성은 수퍼 전능성 내지는 울트라 전능성입니다. 그냥 탁월하거나 우월한 정도가 아니라 그걸 하느님의 전능성이라 생각할 정도로 완벽하기까지 합니다. 저는 지금 빈정거리려고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말은 실존적이고 실증적입니다. 그래서 교회 안에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한 종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한다. 그가 한 쪽을 미워하고 다른 쪽을 사랑하거나, 한 쪽을 떠받들고 다른 쪽을 업신여길 것이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맘몬)을 함께 섬길 수 없다.”

유감스럽지만 믿는다는 것은 스스로 종이 되는 것입니다. 정말 주체적으로 살기 원한다면 믿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가능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종류든 믿음을 가지게 됩니다. 가장 원시부족도 토템이나 애니미즘이나 터부와 같은 종교를 가지고 있습니다. 유한한 인간의 한계입니다. 그래서 기독교와 같은 종교를 고등종교라고 합니다. 어쨌든 종교를 가진다는 것은 누군가의 종이 되는 것입니다.

성서는 인간의 실존이 종이라고 단언합니다. 종이지만 주인을 선택할 수는 있습니다. 두 주인이 있습니다. 한 쪽은 하느님이고 다른 한 쪽은 재물 곧 맘몬입니다. 한 쪽이라고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두 주인의 관계는 적대적입니다. 어느 한 쪽을 사랑하는 것은 다른 한 쪽을 미워하는 것이 됩니다. 그것은 절대자가 가지는 절대적인 특성입니다. 기독교 신앙은 그 두 주인 중 하느님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맘몬이 가지는 영향력이 너무도 크기 때문에 사람들은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양 다리를 걸친 상태가 되기 십상입니다.

이스라엘이 그랬습니다. 그들에게 다른 한 쪽은 산당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멸망해야 했습니다. 새 이스라엘이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새 이스라엘에게 이스라엘이 교훈이 되지 못했습니다. 맘몬이 자본이라는 새 이름으로 더 강해졌기 때문입니다. 시대의 이름조차 신자유주의라 불릴 정도로 맘몬은 막강해졌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을 믿는다는 사람들조차도 맘몬에 굴복하게 되었습니다. 입으로는 하느님을 믿는다면서 실제로는 맘몬을 믿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이스라엘과 같아진 것입니다.

엘리야 시대에 그것은 환하게 드러났었습니다. 갈멜산 정상에 두 제단을 쌓아놓은 자리에 온 이스라엘이 모였습니다. 거기서 엘리야는 외쳤습니다.

“여러분은 언제까지 양쪽에 다리를 걸치고 머뭇거리고 있을 것입니까? 주님이 하느님이면 주님을 따르고, 바알이 하느님이면 그를 따르십시오." 그러나 백성들은 한 마디도 그에게 대답하지 못하였다.”

이스라엘 가운데 하느님이 주인이시라고 대답하는 이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리스도인들 역시 그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난에 대해 말할 때마다 그리스도인들이 빈정거리고 무시하며 제게 손가락질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난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맘몬을 미워하는 일인데도 말입니다.

다른 누구를 찾을 것도 없습니다. 저와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제 아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내는 우리가 가난해진 것을 감사하면서도 현실에서는 그것을 거꾸로 여길 때가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실손 보험입니다. 아내는 실손 보험을 들었어야 한다는 말을 백 번도 더 했습니다. 보험은 제가 의도적으로 피한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저의 주인이 돈이 아니라 하느님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결정이었습니다. 돈이 제법 있었을 때 저를 사랑하는 분들은 제게 돈을 저축해놓고 보험을 들어야 한다는 말을 해주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돈을 쌓아놓지 않으려 애를 썼습니다. 보험도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힘들고 어려운 이들을 돕고, 가난한 이들을 돕고, 선교사들을 돕고, 헌금으로 돈을 무력화시켰습니다. 그것은 돈을 미워하고 하느님을 사랑하려는 저의 실천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불가피하게 무릎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실손 보험 이야기가 또 나올 수밖에요. 그러나 저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12월 14일로 수술 날짜가 잡혔습니다. 11월 말까지 다른 검사를 마쳐야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병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갑자기 수술 스케줄이 변경되어 빈자리가 났다고 다섯 시까지 병원에 와서 입원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빨리 받을수록 좋은 수술이라서 입원 준비를 하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옛 직장동료이며 형으로 부르는 선배님이었습니다. 제가 목사가 되어 직장을 떠난 후에도 가끔씩 연락을 해주시던 분이었습니다. 몇 달 전에 통화를 했는데 그때 아내의 건강을 물어 무릎이 안 좋다는 말을 했나봅니다. 잘 기억이 나지도 않는데 제게 수술을 언제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예정된 일도 아니었고 갑자기 전화가 와서 이루어진 일인데 선배 형이 수술에 대해 물은 것입니다. 지금 그 수술 때문에 병원에 와 있다고 했더니 아주 조심스럽게 통장계좌를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물론 저는 그러지 마시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다시 계좌를 알려달라는 문자가 왔습니다. 저는 주님께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고 내일 아침까지 답을 좀 주십사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사실 저는 기도를 하고 자는 중에 응답을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매주 토요일 설교를 준비하면서 설교가 막히면 기도를 한 후에 잤습니다. 그러면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설교를 잘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꿈인지 생신지 모르지만 반드시 주님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주셨습니다. 어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새벽 세 시에 잠이 깨었습니다. 제게 주어진 답은 실손 보험 네 글자였습니다.

그렇게 제게 주님의 답이 온 것입니다. 아내가 늘 말하던 실손 보험과 하느님을 생각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실손 보험보다 완벽하신 하느님을 보라는 사인이었습니다. 저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를 몰랐습니다. 주님의 사랑은 이처럼 강하고 완벽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믿음이 약한 저에게 보여주신 것입니다. 기드온의 양털 같은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습니다.

돈이 아니라 하느님을 택한 저를 하느님은 늘 이렇게 보호해주십니다. 제가 주님께 의탁한 아내와 아이들도 이렇게 보살펴주십니다.

선배 형에게 계좌번호를 알려주라는 사인입니다. 계좌번호를 알려드릴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의 사인은 단순히 돈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실손 보험은 수술비만을 책임져줍니다. 하지만 주님은 수술비뿐만이 아니라, 이번 수술뿐만 아니라 아내의 건강과 영혼까지 책임져주십니다. 하느님과 실손 보험은 비교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실손 보험이라는 맘몬의 미끼에 걸려 자신도 모르게 돈을 사랑하고 하느님을 미워합니다. 아내도 그럴 뻔 했습니다. 그런 아내를 하느님이 지켜주셨습니다.

자의적인 해석이라고 여겨도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십여 년을 우리는 잘 살아왔습니다. 패가망신이라는 상황은 우리를 무너뜨리지 못했습니다. 비록 아내가 실손 보험에 흔들릴 때는 있었지만 우리는 믿음을 지켰습니다. 한 쪽 주인만을 사랑했습니다. 하느님은 이렇게 당신을 주인으로 섬기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성서의 말씀은 로마서 8장 28절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곧 하느님의 뜻대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모든 일이 서로 협력해서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저희를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불러주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최태선
하느님 나라의 시선으로 살아가는 
55년생 개신교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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