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억새밭
-장진희
비록 거둔 나락도
말린 고추도 없는 가실에
쪽빛 깊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황금 햇살
은빛 물결로 일렁이는 들판
끝도 없는 강가의 억새
바람에 서걱대는 소리를
오래 묵은 친구와 가을걷이 한 날
노래와 술을 품앗이하는 이웃들
날은 금방 저물어 찬 바람
서로 기대는 저녁
낮부터 나온 반달은 마을에 오래 머물렀다
하얀 반달은 발밑을 돌아
쪽빛 부드러운 새벽 하늘로 사라지는데
여기가 고향이 아니라면
고향은 또 어디길래
찬 새벽 이리 낯설은가
단풍잎 붙은 창호지 아래로
아침 햇살 환해지니
도로 지상의 고향으로 돌아온다네
장진희
돈 안 벌고 안 쓰고 안 움직이고
땅에서 줏어먹고 살고 싶은 사람.
세상에 떠밀려 길 위에 나섰다.
장터로 마을회관으로.
곡성 죽곡 보성강변 마을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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