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볕
-닐숨 박춘식
텅 빈 마당을 한참 바라보던 어머니가
“아이고 아까바라!”* 하는 말을 듣고
무얼 잃어버렸을까 곰곰 생각합니다, 잠시 후
“머, 너얼꺼 업나?”** 하는 말을 듣고서는
가을 햇살을 저렇게 아깝다고 말하다니!
우리 어머니들 우리 할머니들은
따가운 햇볕까지 살림의 큰 몫으로 여겼구나,
하늘을 깊숙이 쳐다보는 가을날에는
햇살 만지는 어머니의 미소가 보입니다
<출처> 닐숨의 미발표 시(2020년 10월 19일)
* 아까바라 - '아까워라'의 경상북도 방언
** 머, 너얼 꺼 업나? - 가을빛에 널어 말려야 할 것 뭐 없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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