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희 시편
가부좌
-장진희
천지사방 나댕기던 몸
두평 방안에 눕혔다
포도시 일으켜 앉힌다
거친 숨 달래졌나
차근차근 잦아들더니
왼쪽 코끝이 간질간질
손 들어 박박 문질러주면 딱 좋겠으나
기왕에 꼼짝 않기로 하였으니
내비둔다
숨 따라 쉬임없이 흐르는 몸
코라고 도리 있나
어느덧 갈앉고
이번에는 오른쪽 턱 위가 근질근질
저라고 별수있나
그간 몸 무사한가
발끝 반짝반짝 먼 데 피돌기로 뻐치단다
가을이라 가을 바람
무릎 차갑단다
밥도 먹고 술도 먹고 담배도 먹은
위장은 그런 대로 순하고
콩닥콩닥 가슴은 좀 쉬고 싶단다
인연만큼 무거운 몸
지상에서 얼마나 가벼워질까
바람만 드나드는 빈곳이 될까
먼지 떠다니는 방안에
햇살 비추이듯
머릿속은 어딘가 기댈 곳 찾아
정처없이 떠도는
불쌍한
명짧은 생각 덩어리들
그대 이왕 기대려거든
시에 기대시라
잠깐 아무것도 없다
장진희
돈 안 벌고 안 쓰고 안 움직이고
땅에서 줏어먹고 살고 싶은 사람.
세상에 떠밀려 길 위에 나섰다.
장터로 마을회관으로.
곡성 죽곡 보성강변 마을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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