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거울에 비친 나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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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거울에 비친 나의 죽음
  • 헨리 나웬
  • 승인 2020.10.15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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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나웬의 [자유의 길] -1

<자유의 길>, 이 작은 책은 한 사고에 대한 것이다... 나 자신의 사고에 관한. 지나가는 차를 붙잡으려고 했을 때 나는 중형차에 치었고 가까운 병원의 응급실로 급히 실려갔다. 그리고 나는 갑작스레 죽음의 입구에 서 있었다. 그러나 죽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건강을 다시 회복했으므로 나는 나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사건의 개입이 나에게 하느님에 관한 새로운 지식을 깨닫게 해주었다고 나는 이제 감히 말한다. 그러므로 그 어떤 때보다 더 강하게 나는 이 지식에 관하여 쓰고 나 자신만을 위하여 간직할 수 없는 이 지식을 담담히 사람들에게 표현하고 싶은 필요를 느끼고 있다.

나는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조차 두려워하거나 공포와 전율을 갖고 죽음을 생각하는 형제자매들에게 거울 너머의 이 깨달음이 편안함과 희망을 가져다주기를 바라고 기도한다.

 

사진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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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어두컴컴한 어느 겨울날 아침, 지나가던 중형차의 바깥에 붙어있는 거울이 나의 등을 치면서 옆 길가에 나를 내동댕이쳤을 때의 생생한 두 가지 기억이 남아있다. 그때 즉시 나는 되돌아올 수 없는 어떤 상황에 부닥쳤다는 것을 알았다.

바쁜 길가에 도움을 외치며 누워 있었을 때 나는 이것이 단순한 사고가 아님을 또한 즉각 알았다. 후에 나는 이 사고가 얼마나 예측할 수 있었고 하느님의 섭리 안에 있었으며 신비스럽게 계획되었는지 분명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사고 당시에는 그저 도움이 빨리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어떤 신기하게 “좋은 일”이 길가에서 일어나고 있었음을 나는 깨달았다.

사고 난 자리에 누워서 소리치며 인근 주유소에 있는 두 주유원들에게 손짓을 하려고 애썼으나 그들은 너무 멀리 떨어져있어 나를 보거나 내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한 젊은이가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구부리고 말했다, “제가 도울께요, 다치셨네요!” 그의 목소리는 매우 온화했고 친절했다. 그는 수호천사와 같았다. “지나가던 차가 나를 쳤어요” 하고 나는 말했다. “운전수가 그걸 알기나 하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는 “그건 나였어요”라고 대답했다.

“내가 차의 오른쪽 거울로 당신을 쳤어요. 그래서 차를 멈추고 당신을 도우려고 왔어요... 일어나실 수 있습니까?” “그래요,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그의 도움으로 일어섰다. “조심하세요,” 그는 주의를 주었다. “아주 조심하세요.” 우리는 함께 주유소 쪽으로 걸어갔다. “내 이름은 헨리입니다,” 하고 나는 말했다. “나는 존입니다,” 그는 대답했다. “앰블런스를 불러 드릴께요.” 우리는 주유소로 들어갔고, 존은 나를 의자에 앉히고 전화기를 황급히 잡았다. 주유소의 두 직원들은 멀리서 바라보았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앰블런스를 부를 수가 없네요. 내가 직접 병원으로 모셔드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차안에서 창문을 통해 보니 거울이 찌그러져 있었고 내가 얼마나 세게 부딪쳤는지 알 수 있었다. 존은 눈에 띄게 떨고 있었다. 그는 “왜 혼자서 길에 서 계셨습니까?” 나는 장황하게 설명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신부이고 정신지체인들의 공동체에서 살고 있어요. 그리고 공동체들 중의 한 집에 일하러 가는 길이었어요.” 그는 너무나 놀라고 대경실색한 목소리로, “이를 어쩌지요, 내가 신부를 치었네요. 이를 어쩌나” 하고 말했다. 나는 그를 위로하려고 했다: “병원에 데려다줘서 너무나 고마워요. 내가 괜찮아지면 우리 공동체로 방문 오세요.” “예, 저도 가고 싶습니다” 하고 그가 말했지만, 그의 생각은 다른 데 있었다.

 

사진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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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병원의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간호사들, 의사들, 여경찰, 질문들과 대답들, 입원신청서, X-RAY에 둘러싸이게 되었다. 병원 사람들은 너무나 친절했고 신속하게 능률적으로 움직였으며 복잡하지 않았다. 엑스레이를 본 의사는, “갈빗대가 다섯 개 부러졌네요. 하루동안 병원에 계시고 그 다음에 돌아가십시오” 하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예측하지 않았던 매우 익숙한 한 얼굴이 나타났다. 그는 나의 담당의사인 프라사드 박사였다.

그는 너무나 빨리 병원에 나타나 나를 놀라게 했다. 그를 보자 나는 매우 안심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나는 심하게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너무나 어지러웠고 구토하고 싶어졌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크게 놀라는 것을 눈치챘으며 곧 이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태가 훨씬 좋지 않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내부출혈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프라사드 박사가 말했다. “당신을 매우 주의 깊게 관찰해야겠어요.”

많은 검사와 주사 그리고 이야기가 있은 후에 나는 내부손상이 치명적이고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이제 나는 차분하게 진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매우 아팠고 목숨까지 잃을지도 몰랐다. 죽음의 가능성에 직면해서 나는 지나가던 중형차의 거울이 나 자신에 대해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되돌아보게 해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별로 대수롭지 않은 병으로 아주 짧은 시간을 보낸 것 이외에 나는 병원침대에 누워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갑자기 진짜 환자가 되어 주위사람들에게 전적으로 나 자신을 맡겨야 한다. 도움 없이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정맥주사를 위해 내 몸의 여러 곳에 들어가는 주사기들, 수혈, 그리고 모니터에 나타나는 심장박동은 확실히 내가 “받아들임”의 상태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참을성 없는 내 기질과 남의 지배아래에 있어야 하는 상태를 알고 나서 나는 이 새로운 상황이 너무나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반대현상도 일어났다. 양쪽에 울타리가 있는 병원침대에서 나는 너무나 안전함을 느꼈다. 심각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나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안정감을 느꼈다.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매 조처마다 설명을 해주었고 투약하는 약에 대해서 이름을 알려주거나 다가오는 고통에 대해서도 미리 경고를 해 주었다. 또한 그러한 조처들의 결과에 대한 그들의 신뢰나 의심까지도 표현하였다.(계속)

 

헨리 나웬(Henri Jozef Machiel Nouwen, 1932-1996)은 네덜란드 출신의 사제이며 영성작가. <상처받은 치유자로서의 사목자> <돌아온 아들> 등을 지었고, 마지막 10년동안 라르쉬 새벽공동체에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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