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신의 갈망만큼 진행중에 있는 성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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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신의 갈망만큼 진행중에 있는 성인이다.
  • 로버트 엘스버그
  • 승인 2020.09.2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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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엘스버그의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 성인들] -보는 것을 배우기(7)

"하느님의 지혜로 가는 길에 있는 여행자들은
더 멀리 갈수록 길이 더 열리고,
그 길이 무한하게 뻗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 오리겐

나는 성인들에 관한 책을 읽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중세의 전설들, 영적 비망록, 순교열전, 그리고 헌신에 관한 안내서 등등. 그러나 그런 노력이 행복하기 위한 충분조건이라면 토마스 머튼이 말하는 것처럼, “나는 요람에서 지금까지 볼 때에 매우 행복한 사람, 영적인 백만장자가 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행복이나 거룩함이란 우리가 무엇을 읽는가에 달린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실천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매일은 새로운 실패들을 가져다 준다. 나는 참을성이 줄어든다. 나는 작은 것들에 대해 걱정하고 다른 사람들을 당연하게 여긴다. 온갖 혼란스러움에 휘말리고 은총의 징표에는 무감각하다. 영웅적인 행동을 꿈꾸지만 애덕을 행할 수많은 기회들을 게을리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모든 사람처럼 나는 행복을 염원한다. 이러한 욕구는 인간존재의 특징이고, 우리가 보다 풍요로운 삶에 초대받고 있다는 징표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이곳 저곳에서 행복을 찾고 어떤 야망을 성취하거나 어렴풋한 위기를 해결하면 행복이 따를 것이라고 상상한다. 그러나 경험에 의하면, 내가 공부했고 알고 있는 성인들의 지혜가 옳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들은 행복이 지나가는 느낌이나 바깥의 조건, 상황에 있지 않다고 믿었다. 그들은 우리 모두가 갈망하는 참다운 행복이 우리가 거룩함이라고 하는 것의 이면이라고 알려준다. 거룩함과 행복은 똑 같은 실천으로 얻어지며 똑같은 목표에 모인다.

 

사진출처=goodcatholic.com
사진출처=goodcatholic.com

만일 거룩함이 어떤 천성이나 도덕적인 완성을 의미한다면 이런 목표는 오로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해당된다. 그러나 거룩함이란 “올바른 것”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우리가 반드시 따라야 하는 어떤 규정이나 처방전 같은 것도 아니다. 거룩함이란 존재하는 습관, 삶의 어떤 충만함, 혹은 “사랑스러운 영”에 더 가까운 것이다. 그것은 모든 것과 모든 사람들에게 그들의 존재목표와 근거를 충만하게 채워주는 어떤 품성, 기질의 이름이다. 그렇지만 이런 품성, 기질은 그냥 우연하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앞서 묘사했던 의미의 거룩함이라면, 그것은 상당한 일과 실천에서 오는 결실이다.

거룩함으로 가는 길에서 우리에게 마감이란 결코 없을 것이다. 우리는 항상 그리고 오로지 그 길에 있을 따름이다. 그런 까닭에 마치 성인들을 어떤 다른 피조물을 대표하는 것인 양 말하지 말고, “거룩함의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그러면 즉시 우리는 성인들, 우리의 동료여행자들과 일치되는 것을 느낄 것이며 그런 느낌은 성인들과 우리를 갈라놓는 느낌보다 훨씬 더 깊은 것이다. 우리 모두는 우리 자신이 그렇게 되길 원하는 만큼 “진행중”인 성인들이다. 확실히 어떤 사람들은 다른 이들보다 더 멀리 나아간다. 그러나 바오로 사도는 그의 청중들을 성도, 즉 거룩한 무리라고 부르면서 아무런 구별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단지 성인이 되라는 부르심을 받았다는 이유 때문에 성인들인 것이다.

똑같은 이유로, 행복으로 가는 길은 없다. 다만 행복의 길, 쾌활함과 균형의 길, 우리로 하여금 경험을 받아들이고, 인간다움과 용서를 얻는 길, 매순간의 거룩한 깊이 뿐만 아니라, 독특함을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길이 있을 뿐이다.

매우 자주 우리들은 마치도 “정신적인 망원경”을 통하여 보면서 다른 동료인간들의 머리 위에 올라앉아, 우리가 보는 것이 다 하잘 것 없고 지루하며 의미없게 느껴진다. 그러다가 우리의 행복에 대한 갈망이 거룩함에 대한 초대의 길과 합쳐지는 순간이 온다. 그렇게 집중하고 몰두함으로써 우리는 세상을 새로운 빛으로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새로운 빛 속에서 일상적인 삶은 한없이 가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찬란히 빛나고 생기 돋게 된다.

 

로버트 엘스버그 /1955년 미국 잭슨빌에서 태어났다. 존재의 의미와 참된 삶에 이르는 길을 찾던 그는 하버드 대학교를 다니다 2학년을 마치고 1975년 도로시 데이와 함께 5년 동안 일했다. <가톨릭일꾼> 신문 편집장으로 활동하다 1980년 가톨릭으로 개종했으며, 모교로 돌아가 종교와 문학을 공부한 후 라틴 아메리카에서 변화된 가톨릭교회 모습을 체험했다. 도로시 데이의 작품집을 냈으며 하버드 신학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면서 1학년을 가르쳤다. 1987년 신학박사 과정을 마치고 메리놀 수도회 Orbis 출판사 편집장이 되었다. 지은 책으로 <모든 성인들>과 <모든 여인 가운데 복되도다> 등이 있다. 도로시 데이 시성식 추진위원회와 헨리 나웬 재단 위원이며, 현재 세 자녀와 함께 뉴욕 주 오시닝에 살고 있다.

이 글은 2003년, 미국 메리놀 출판사가 발간한 <The Saints' Guide to Happiness>(Robert Ellsberg)를 <참사람되어> 2005년 3월호에서 편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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