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걸친 것 없는 가난한 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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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걸친 것 없는 가난한 이여
  • 장진희
  • 승인 2020.09.01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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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희 시편
사진출처=pixabay.com
사진출처=pixabay.com

폭풍우 바다

-장진희

 

바다가 보고 싶다
폭풍우 치는 바다
해안절벽을 하얗게 할퀴는
힘차고 거대한 파도가 보고 싶다
해안가 길을 집어삼키고
너울너울 치솟아올라 오곡들판을 포말로 적시는
미친듯 자유로운 바다의 긴 머리카락을
몸 날려 만지고 싶다

간판도 표지판도 사람이 만든 것들 모조리
종잇장처럼 날아다니는 작은 항구
그 끄트머리 밤바다
십년 전 암자 있던 자리
들리는가
폭풍우에 박자 맞추는
신들린 무징소리

두려움은 가진 자의 것
나는 모른다
아무것도 걸친 것 없는 가난한 이여
목청껏 노래를 부르자
비바람 철철 맞으며 신명대로 춤을 추자
가비얍게 비바람을 타고 날자

이파리 다 날리고 앙상하게 뼈만 남은
벚나무 가로수
좀 있으면 가을 벚꽃을 피울 것이다
내일 아침에는
뜯겨져나간 방파제에 모인 사람들
쓸려나가버린 부표와 양식장
바닷물이 적셔버린 일년농사
남의 일인 양
허허어!
아따 겁나데!
대단허시!
위대한 그이의 숨결 앞에 순해진 얼굴들
보고 싶다

 

장진희
돈 안 벌고 안 쓰고 안 움직이고
땅에서 줏어먹고 살고 싶은 사람.
세상에 떠밀려 길 위에 나섰다.
장터로 마을회관으로.
곡성 죽곡 보성강변 마을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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