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희 시편
처서
-장진희
햇볕은 쨍쨍
맑고 푸른 시냇물 하얗게 반짝반짝
풀벌레소리 열심이고
첫봄 먼저 핀 벚꽃 나무 이파리
누렇게 하나둘 툭툭 떨어진다
이글거리는 땡볕만큼
짙은 숲그늘
아, 이제 가을이다
긴긴 장마에 늘어진 작물들
그나마 막바지 열기가 열매 맺게 하려나
하늘 높고 파랗다
구름 높고 하얗다
눈 들어 하늘 보고
하아!
가슴이 환하게 피어지나
으으윽!
도로 막히며 쪼그라든다
물난리, 코로나19
힘들고 아픈 사람들
그리고 나
어이할까
세상에 널려 있는
혹은 꼭꼭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자
지뢰밭처럼 밟아 터지는 세상의 비명 사이로
마시지 않으면 숨이 멎을 신선한 바람 같은
아름다운 사연과 사물들을 찾아내자
온갖 분노거리들 슬픔거리들은 눈초리 너머로 지켜보기만 하자
절대로 눈 돌리지 말자
그러다 아름다움 하나 찾아낸다면 화들짝 끌어안자
우리가 살 길은
앞으로 닥칠 이 가을
아름다움을 실컷 들이마시는 일 뿐
장진희
돈 안 벌고 안 쓰고 안 움직이고
땅에서 줏어먹고 살고 싶은 사람.
세상에 떠밀려 길 위에 나섰다.
장터로 마을회관으로.
곡성 죽곡 보성강변 마을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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