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예배 강행, 교회가 영업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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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예배 강행, 교회가 영업장인가?
  • 최태선
  • 승인 2020.08.2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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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선 칼럼

이번 주에도 친구를 만났습니다. 친구에게 좋은 일이 있었습니다. 육 개월 간 돈이 들어오는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친구가 아내에게 조금 덜 시달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저를 만나 자신이 그동안 매일 산의 일정한 장소에서 기도를 해왔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저를 위해 기도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고백하면서 이제 저를 위한 기도도 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저를 위한 기도를 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친구가 생각하는 것과 제가 원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친구는 도무지 제가 원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당연합니다. 그는 제가 돈을 벌거나 제게 돈이 생겨 좀 풍족하게 사는 것을 좋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일을 원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여하히 제가 지금보다 더 간결하고 검소한 삶을 사느냐가 저의 관심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정말 저를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물론 친구도 교회엘 나갑니다. 그러나 교회에 나가도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잘 사는 것뿐입니다. 큰 부자는 아니어도 돈 걱정 하지 않고 아프지 않고 자녀들이 잘 되는 것 등입니다. 큰 욕심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친구가 그리스도인이 맞는다면 그런 생각만을 하며 사는 것은 매우 안 된 일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성숙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친구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오늘날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 가운데 친구의 경지를 넘어선 사람은 보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저는 그런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자신이 쓰고도 남을 만큼 된 후에 남을 돕겠다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그것은 그리스도인이 아니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일 뿐입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려면 삶의 목적 자체가 달라져야 합니다. 거기에 따라 사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오늘날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목사가 되거나 선교사가 되거나 그런 사람들을 후원하는 사람들이라도 되는 것이 영적으로 성숙한 그리스도인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목사가 되고 선교사가 되고 그런 사람을 후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영적 성숙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습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사진출처=pixabay.com
사진출처=pixabay.com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로 교회에서 대면하여 드리는 예배를 제한하자 여기에 반발하는 목사들이 많습니다. 어떤 목사는 대면 예배를 강행하는 것이 핍박을 이기는 것이라는 설교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참으로 한심한 사람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사람이 목사라는 사실, 그런 목사가 하는 일은 하나님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그가 하는 설교는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의 영업장을 계속 하겠다는 의지의 천명일 뿐입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것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하느님의 일을 하려면 하느님의 학교를 나와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일을 할 사람을 당신의 학교로 부르십니다. 그곳의 교과과정은 혹독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지독한 가난은 기본이요, 병으로 인한 고통이나 인생의 질고를 반복해서 경험하고, 때마다 거듭되는 실패가 계속되고, 마침내 자신이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배우고 인정할 때 바로 그런 자신과 함께 하시는 하느님을 비로소 볼 수 있고 의지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하느님이 모든 것 되신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하느님은 그 초라해지고 작아진 사람을 불러 당신의 일을 하게 하십니다. 그 학교는 졸업도 없습니다. 부르심을 받은 후에도 다시 그 학교의 수업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언제라도 그 학교를 떠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성서는 그런 사람들을 세상을 사랑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며칠 전에 한 가족을 만났습니다. 공동체에서 7년을 살다 아무런 대책이 없이 떠나게 된 분들이었습니다. 그분들이 제 글을 보고 저를 초대하였습니다. 아내와 함께 그분들을 만났습니다. 참으로 그분들의 미래가 암담했습니다. 돈도 없고, 일도 없었습니다. 생활비는 고사하고 당장 다음 달 집세를 어떻게 낼지 걱정이 되는 상황입니다. 누구라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분들이 하느님의 학교에 입학했다는 사실과 그 과정이 힘들겠지만 그들이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하느님의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걱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누가 감히 하느님을 대적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은 고난의 풀무불을 지날 것입니다. 하지만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와 같이 하느님께서 그들과 함께 하실 것입니다. 그들을 묶었던 밧줄은 타 없어지겠지만 불은 그들을 해치지 못할 것입니다. 7년간의 공동체 생활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지만 이제 개인적으로 가난을 배워야 합니다. 사실 이것은 그동안 제가 신부님들을 만나며 늘 느껴온 것이기도 했습니다. 신부님들은 공동체 생활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공동체 없이 사는 법에 대해 그분들은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것이 한계라는 사실을 보았습니다. 그와 똑같은 것을 이 가족을 통해 다시금 느낀 것입니다.

저는 그분들이 지나야 하는 과정의 힘듦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아시는 주님께서 선생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머리카락 수까지도 아시는 그분께서 어련히 훈련을 잘 시키시겠습니까. 그 가족은 자신들이 감내할 수 있는 최대의 고난을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그런 한계를 주님이 아십니다. 그분들도 모르고 먼저 경험했다고 생각하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주님은 아십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서로 사랑하는 것뿐입니다. 필요할 때 나누고 필요할 때 곁에 있어주는 것이 우리가 그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분들을 지지하고 격려하고 위로하고 함께 있어주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입니다. 저는 주님이 그렇게 우리를 맺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기대를 하고 그 가족을 바라봅니다. 코로나로 야기된 우리 사회의 현실은 암담하고 우울하고 어둡습니다. 주님은 가일층 힘들어질 미래를 위해 그분들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분들은 하나님의 학교에서 배운 것들로 미래의 우리 사회와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섬기는 사람들이 될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하느님의 일입니다. 그들은 그 일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그들의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또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기독교는 신학교를 나와야 목사가 되고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다는 사고가 전부입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느님의 일은 하느님의 학교를 다닌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스펙이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는 확률은 줄어듭니다. 사람들은 제가 열등감 때문에 이런 말을 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대인大人이 된 사람은 결코 하느님의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자신의 힘과 능력으로 하느님의 일을 하려들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일은 하느님이 하십니다. 작아진(깨어진, 산산이 부서진) 사람의 약함을 통해서만 하느님은 일 하실 수 있습니다. 저는 늘 이것을 하느님의 약점(혹은 급소)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의 오직 유일한 약점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그 약점이 하느님과 인간의 사랑을 완성하는 비밀입니다.

친구는 저를 위해 기도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저 자신과 저의 가족을 위한 기도를 하지 않습니다. 물론 화살기도를 날려야 할 때는 있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하느님께 모든 것을 의탁한 저와 제 가족의 안위는 하느님의 몫이 되었기에 저는 걱정도 하지 않고 기도도 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더 안전한 피난처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저의 하느님 이해입니다.

그래서 저는 시몬 베유의 기도를 좋아합니다. 오늘 예배에서 시몬 베유의 기도를 우리의 기도로 드릴 것입니다.

"이 몸과 영혼을 갈가리 찢어
당신을 위해 쓰게 하시고
제게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게 하소서!"

 

최태선
하느님 나라의 시선으로 살아가는 
55년생 개신교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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