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희 시편
냄새
-장진희
우리집 개는 마루 밑에서 살고
내 신발은 그 입구에 있지요
낯선 곳에 가면
동네 개들은 날 보고 짖지 않아요
발밑에 다가와 신발에 코를 대고 꼬리를 흔들거나
심지어 발라당 뒤집으며 애교를 떨어요
나한테 묻은 동무 냄새 때문이겠지요
산으로 둘러싸인 우리 마을에는
아침이면 철따라 피는 온갖 꽃
그 향기가 내려와 퍼져 있어요
일부러 묻히지 않아도
나한테서 꽃향기가 날 거예요
낯선 곳에 가면
동무들 냄새 반갑다
동네 꽃들이 반기겠지요
내 가슴에 사람 냄새 흠씬 묻으면
어느 곳에서나 사람들이 반길까요
동무 냄새 난다고 반겨줄까요
장진희
돈 안 벌고 안 쓰고 안 움직이고
땅에서 줏어먹고 살고 싶은 사람.
세상에 떠밀려 길 위에 나섰다.
장터로 마을회관으로.
곡성 죽곡 보성강변 마을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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