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 걷히는가 강물은 어서어서 바다 가자 거칠게 내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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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 걷히는가 강물은 어서어서 바다 가자 거칠게 내달리고
  • 장진희
  • 승인 2020.08.0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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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희 시편
사진출처=pixabay.com
사진출처=pixabay.com

 

해와 별을 기다리며

-장진희

 

산도 들도
퉁퉁 불어 터져
젖 많은 에미 젖퉁이에서 흐르듯
짜지 않아도 절로 물줄기 줄줄 흘러내린다
검푸른 골짜기마다 피어오른 하얀 구름
성기어 바삐 승천하고
지상에 미련 짙어 새하얀 구름
긴 꼬리로 산허리를 감아 돈다
강은 쉴새없이 안개를 만들어 물기를 뱉어내고
바다는 물에 겨워 하늘까지 닿을 새도 없이 수면에서 구름을 몽글어 올린다

이 몸도 오랜 습기에 천근으로 무겁고
곰팡내 코끝으로 올라온다

긴 장마 걷히는가
강물은 어서어서 바다 가자 거칠게 내달리고
점점 더 낮은 곳으로 드디어 바다로
바다는 제 몸을 한껏 낮추고 있다
비에 젖은 강아지 진저리 치며 물기를 털어내듯
숲은 부지런히 몸을 털어
해를 기다리고
순하고 어진 사람들
이불이며 옷가지며 도마며 수저통을 내놓고 볕을 부른다

구름 너머
무지개보다 아름다운 오색채운을 보았다네
그 빛 쏟아져 마루를 채우고
별빛 맑은 하늘 아래
욕심없는 바람 불어 고슬고슬 마르라고
몸뚱이 하나 마루에 내놓는다

 

장진희
돈 안 벌고 안 쓰고 안 움직이고
땅에서 줏어먹고 살고 싶은 사람.
세상에 떠밀려 길 위에 나섰다.
장터로 마을회관으로.
곡성 죽곡 보성강변 마을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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