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원은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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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원은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다
  • 조기동
  • 승인 2020.06.2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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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동 칼럼
사진출처=pixabay.com
사진출처=pixabay.com

내가 만난 하느님, 하나

내 소원은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싶었다. 어느날 미사전 성당에서 묵주기도를 드리고 있었는데 수녀님께서 나에게 오셨다. 나는 수녀님의 수도명도 모르는 열심치 않은 신자였다.
" 형제님 이 할머니를 화장실에 모셔다 드리세요."

나는 얼떨결에 할머니를 부축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할머니는 걷는 것도 몹시 힘들어 보였다.하는 수 없이 할머니를 업었다. 갑자기 등이 뜨뜻해졌다. 할머니께서 참지 못하고 똥을 싸신 것이었다. 화장실에 도착해 큰 덩어리를 털어내고 씻었지만 할머니 옷에도 내 신사복에도 똥이 너무 많이 묻어있었다.

"나 집에 갈래" 
나는 할머니를 업고 성당을 나왔다. 성당 밖에 주차해 놓은 내 차로 갔다. 신문지를 깔아 똥이 조금이라도 덜 묻게 신경을 썼다. 하지만 차 안은 똥냄새가 가득했다. 물어보고 또 물어보아 마침내 할머니가 사시는 다가구 주택에 도착했다. 남들과 마주치면 계면쩍으실까봐 집부근에서 인사를 드리고 헤어졌다.

할머니의 얼굴을 뵈었다. 지극히 부드럽고 편안한 얼굴이었다. 마치 "나다"하고 미소지으시는 것 같았다. 그순간 무엇인가 내 마음을 뚫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그분을 할머니 안에서 뵈온 것 같았다.

내가 만난 하느님, 둘

새벽 미사에 가는 길이었다. 사는 게 힘들어서 터벅터벅 걸어서 갔다. 달빛은 교교한데 마음은 어둡기만 했다.그 때 음성이 들려왔다. 밖에서 들려왔는지 안에서 들려왔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들었다. "요한아, 요한아,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 아느냐.“

나는 이슬이 맺힌 눈으로 대답하였다. "예,주님 저는 압니다. 주님께서 저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부족하지만 제 믿음을 받아주십시요." 가다가 다시 한 번 음성을 들었다. "요한아, 요한아,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느냐.....“

내가 만난 하느님, 셋

성령세미나를 받았다. 기억에 남는 것은 ’가족들 발 닦아주기’와 성령안수이다. 셋째 주 숙제가 "가족들 발 닦아주기"였다. 처음에는 숙제를 하려고 했다가 아내에게 면박만 받았다. "웬수 덩어리, 평소에 잘 해." 그래서 네 번째 주에 밀린 숙제를 하기로 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양해를 구하고 텔레비젼을 껐다. 세숫대야에 너무 뜨겁지 않게 따뜻한 물을 담았다. 목에 수건을 걸고 소파에 앉아있는 아내에게로 갔다. "오소서 성령님, 저희 마음을 성령으로 가득 채우시어 저희 안에 사랑의 불이 타오르게 하소서. 주님의 성령을 보내소서. 저희가 새로워지리이다. 또한 온 누리가 새워지리이다. ... 주님 제가 아내에게 입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여 주소서. 제 마음속의 상처도 치유하여 주소서. 다시는 그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지 않는 사람이 되게 해 주소서. 주님의 평화를 주소서." 정성스럽게 수건으로 발을 닦고 발등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곤 눈물이 나서 혼자 조용히 방에 들어가 엎드렸다. 내가 아팠을 때, 생활이 어려웠을 때,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방황했을 때 항상 내 옆에 있던 아내에게 따뜻하게 위로는 못 할 망정 왜 그처럼 이쁘지 못한 말을 했던가. 여보 미안해 용서해줘. 다시는 작은 상처도 입히지 않도록 힘껏 노력할게. 주님, 제 잘못을 용서해 주세요.

성령안수를 받는 날이 되었다. ’나도 성령을 직접 체험할 수 있을까’ 의심을 하면서도 다른 형제들처럼 성령하느님을 체험하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을 버릴수가 없었다. 안수를 받는 목요일에는 고해성사를 보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미리 수요일 저녁에 고해성사를 했다. 그리고 목요일에는 목욕을 하고 기도를 열심히 드렸다.

주님 저는 주님을 믿습니다. 제가 아팠을 때나 주님을 떠나  방황 했을 때나 항상 주님께서 제 옆에 계셨음을 제가 믿습니다. 그러나 제 믿음은 부족하오니 성령안수를 통하여 제 부족한 믿음을 채워 주십시요. 확신을 더 해 주십시요. 뒷 자리에 앉으면 잘 아는 사람들끼리 앉아 눈치만 볼까봐 다섯 번 째 줄에 앉았다. 오소서 성령님. 성령안수가 시작되어 입을 열고 알렐루야를 외우기 시작하였다.

옆에 앉은 형제는 곧 심령기도를 시작하여 줄기차게 계속하였다. 왜 나는 안 되지. 주님 제가 주님께 전심전력으로 매달려서 기도하게 해 주셔요. 처음이자 마지막 기도인 것처럼.

나는 통성기도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을 억누르고 더욱 정성을 다해 알렐루야를 외쳤다. 오소서 성령님. 어서 오소서. 봉사자가 안수를 하시고 조금 있으니 온몸이 뜨거워 지면서 눈물과 함께 내 혀가 주체할 수 없도록 빠르게 움직이고 심령기도가 큰 소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제 체험을 통해 형제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하나이다. "JESUS CHRIST ALIVE." 예수 그리스도님, 살아계십니다. 성령님, 역사하고 계십니다. 하느님 아버지, 저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조기동 사도요한
대야미성당 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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