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먼저 "예"하고 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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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먼저 "예"하고 답하자
  • 로버트 엘스버그
  • 승인 2020.06.2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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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엘스버그의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 성인들] -죽는 것을 배우기(2)
사진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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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들로부터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 배우고 싶다면 ­특히 신앙이 그다지 굳건하지 못한 우리 같은 사람들은­ 미숙하게 영원한 생명의 주제로 뛰어오르는 것은 실수다. 또한 죽음으로 시작하는 것도 잘못이다. 죽음에 대한 성인들의 자세는 먼저 삶에 대한 자세를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죽음이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살아있음의 피할 수 없는 측면이라면, 실존이라는 더 넓은 현상이 바로 진짜 신비이다. 다시 말하자면 질문은 단순히 “왜 우리가 죽는가?”가 아니라, “왜 우리는 살고 있는가?”이다. 이 질문에 대한 응답이 우리가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음의 현실에 직면하는지 결정하게 된다.

1961년 비행기 사고로 순직한 전 유엔사무총장 다크 함마숄드는 개인일기를 갖고 있었는데, 내적인 삶을 기록한 것으로 사후에 <비망록>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한 부분에서 그는 이렇게 적고 있다. “나는 누가 ­혹은 무엇이­ 질문을 던졌는지 모르며, 언제 그 질문이 나왔는지 모른다. 나는 대답했던 것조차 기억할 수 없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나는 어떤 사람에게 ­혹은 어떤 것에­ ‘예’라고 대답했고, 그 시간부터 나는 실존이 의미로 가득 차 있으므로 삶도 목적을 갖고 있다고 기꺼이 승복하며 확신했다.”

성인들에게 삶의 의미는 부분적으로 그리스도의 삶, 죽음, 그리고 부활에서 드러난다. 그리스도의 부활이 삶의 의미와 목표를 드러내고 있다면, 그것이 실제의 본질에 관한 어떤 진실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하느님께서 우리 실존의 경계선과 한계를 지웠으며, 사랑이 죽음보다 강하다는 진실이다.

그러므로 삶의 실제에 근본적으로 ‘예’라고 응답하면서 성인들은 그 대답을 예치해 두었다가 죽음의 순간에 현금으로 바꾸는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그들의 ‘예’는 기본적으로 현재 속에서 삶을 향하여 취한 태도였다. 그것은 새로운 생명이 오직 우리의 옛 생명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통찰하고 경험한 것에 바탕을 둔 태도였다.

로버트 엘스버그 /1955년 미국 잭슨빌에서 태어났다. 존재의 의미와 참된 삶에 이르는 길을 찾던 그는 하버드 대학교를 다니다 2학년을 마치고 1975년 도로시 데이와 함께 5년 동안 일했다. <가톨릭일꾼> 신문 편집장으로 활동하다 1980년 가톨릭으로 개종했으며, 모교로 돌아가 종교와 문학을 공부한 후 라틴 아메리카에서 변화된 가톨릭교회 모습을 체험했다. 도로시 데이의 작품집을 냈으며 하버드 신학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면서 1학년을 가르쳤다. 1987년 신학박사 과정을 마치고 메리놀 수도회 Orbis 출판사 편집장이 되었다. 지은 책으로 <모든 성인들>과 <모든 여인 가운데 복되도다> 등이 있다. 도로시 데이 시성식 추진위원회와 헨리 나웬 재단 위원이며, 현재 세 자녀와 함께 뉴욕 주 오시닝에 살고 있다.

이 글은 2003년, 미국 메리놀 출판사가 발간한 <The Saints' Guide to Happiness>(Robert Ellsberg)를 <참사람되어> 2005년 3월호에서 편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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