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한 사람으로 충분하다
-조희선
행복한 하늘
행복한 바람
행복한 풀잎
행복한 강물
행복한 눈길
행복한 보리밥
다정한 한 사람을 만나니
세상이 행복으로 가득 찼다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넓은 줄로만 알았던 세상이
사실은 한 사람으로 가득 찰 만큼
아주 작다는 걸 그때 알았다
그래서 세상은
너는 없어도 된다고 말하지 않고
너만 있으면 된다고 말한다
오늘 그 한 사람이 나여서,
그대여서 다행이다
세상은 한 사람이면 된다
한 사람의 꿈
한 사람의 관심
한 사람의 나눔
한 사람의 열정이면 충분하다
그렇게 세상은 가난하고
겸손하고 욕심이 없다
그러니
오늘 우리가 퍼올리는 이 한 삽이면 된다
한 땀
한 수고
한 정성
한 사랑이면
지친 땅
탁한 바람
시들어 가는 꽃잎
상처받은 가슴이 위로 받고, 기운 얻어 소생하리
세상은 너는 없어도 된다고 말하지 않고
너만 있으면 된다고 말한다
그 다정하고 절실한 고백을 듣는 우리
한 사람,
행복하다
덕분에 세상이 행복하다
조희선 시인
전남 진도 거주.
<거부할 수 없는 사람>, <타요춤을 아시나요>
<아직 이곳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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