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 선생님처럼, 그냥 저냥 싱겁게 살아가는 지혜를
상태바
피천득 선생님처럼, 그냥 저냥 싱겁게 살아가는 지혜를
  • 방진선
  • 승인 2020.05.25 23: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피천득 프란치스코 선종 13주년

경애하는 금아 피천득 프란치스코 선생님 (琴兒 皮千得, 1910년 5월 29일(음력 4월 21일) ~ 2007년 5월 25일) 善終 13주년 !

120년 전의 탄생, 그리고 97년의 삶 !

● 겸손한 임종게 

"죽어서 천당에 가더라도 별 할 말이 없을 것 같아.
억울한 것도 없고 딱히 남의 가슴 아프게 한 일도 없고…….
신기한 것 아름다운 것을 볼 때마다 살아 있다는 것이 참 고맙고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훗날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이 사람, 사랑을 하고 갔구나' 하고 한숨지어 주기를 바라는 게 욕심이라면 욕심이죠. 그것도 참 염치없는 짓이지만…."

● 선생님 얼굴은 부처님 얼굴 

하늘신이 부처님 앞에서 이런 게송을 읊었다. "깊은 숲속에 사는 평화롭고 청정한 수행자는 하루 한 끼만 먹는데도 어떻게 얼굴빛이 그렇게 평온합니까?"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지나간 과거를 슬퍼하지 않고, 오지 않는 미래를 열망하지 않고, 현재에 충실하기 때문에 얼굴빛이 그렇게 평온하다네. 오지 않는 미래를 열망하고 지나간 과거를 슬퍼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은 낫에 잘린 푸른 갈대처럼 그렇게 시든다네."
(<행복과 평화를 주는 가르침>"얼굴빛이 평온한 이유" 58쪽,2009년)

● 선생님의 즐거운 순간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시간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9 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시간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시간인가(<이 순간>일부)

● 두 분 프란치스코 선생님의 동심(同心)

선생님,
제 마음은 상처가 아물 날이 없습니다

정 선생,
내가 내 마음을 꺼내 보여줄 수 없어서 그렇지
천사의 눈으로 내 마음을 본다면
누더기 마음입니다
(정채봉 프란치스코, <피천득>)

● 만절(晩節)의 향기 !

젊어서 읽었던 <좁은 문> 같은 소설을 다시 읽어도 보고 오래된 전축으로 쇼팽을 듣기도 한다. 그리고 그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마음의 평온을 송구스럽게 여기지도 않는다. …신기한 것, 아름다운 것들을 볼 때 살아있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생각해본다. 그리고 훗날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있어 "사랑을 하고 갔구나" 하고 한숨지어 주길 바란다. 나는 참 염치없는 사람이다. (수필 「만년」중)

● 선생님의 싱거운 장수비결 !

유전적이기도 한 것 같고 술, 담배 안하고 소식하는 정도요. 그리고 또 하나, 욕심을 버리면 몸도 마음도 평화롭고 건강해져요. 무소유가 아니라 필요한 것이 이뿐이라 그런 거예요. 사람들이 다 나 같으면 어떡하겠나. 나는 소박하게 사는 게 좋았고 남에게 해만 끼치지 않으면 하는 걸 바랐고 그러니 그냥 저냥 싱겁게 살아온 것이지요.(가톨릭신문 2001.12.23)

프란치스코 선생님 !

이 힘겨운 시절에 저희도 선생님처럼 그냥 저냥 싱겁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하느님께 빌어주소서!

 

방진선 토마스 모어
남양주 수동성당 신자
Senex et Operarius Studens 窮究하는 늙은 일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