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를 겪으며, 손님을 다시 국수집 식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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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를 겪으며, 손님을 다시 국수집 식탁에
  • 서영남
  • 승인 2020.05.18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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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남의 민들레국수집 일기]
사진=서영남
사진=서영남

코로나19 때문에 민들레국수집은 2월 하순부터 손님들에게 도시락을 나눠드리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김밥을 준비했습니다만 우리 손님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밥을 듬뿍 담은 도시락으로 바꿨습니다. 도시락 용기는 비용이 더 들었지만 돈까스 용기로 구했습니다. 밥을 많이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도시락에 담긴 반찬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 도시락 김도 하나 넣었습니다. 국 대신 컵라면을 넣었습니다. 손님들이 뜨거운 물도 구하기 어려우면 그냥 생으로 먹기도 합니다. 또 찬물을 부어서 몇 시간 두면 먹을 만 하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찬물에 몇 시간 불려서 먹는 것은 감옥에 있는 사람들이 쓰는 방법인데 사실 별 맛이 없습니다. 그저 배를 채우는 정도입니다. 생으로 그냥 먹기도 한다고 합니다.

국 대신 컵라면을 넣었는데 대다수의 손님들이 컵라면은 다시 배가 고플 때 먹으려고 남겨 놓았습니다. 그러면서 국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부랴부랴 국 용기를 다시 구해서 시래기 된장국을 담았습니다. 식어도 먹기 좋은 국입니다. 초코파이나 바나나 또는 귤, 음료수를 함께 꾸러미에 넣었습니다. 떡이나 사탕이 있을 때도 있습니다.

지난 2월 하순에 도시락 나눔을 시작하면서 집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이들은 거리에서 노숙하는 이들에게 도시락을 양보해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 부탁을 잘 지켜준 분들이 요즘은 다시 민들레국수집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민들레국수집 단골손님이었던 덕남(가명)씨는 65세가 되면서부터 노인복지회관에서 무료급식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2월부터 급식이 중단이 되어서 집에서 맨밥을 먹으면서 지냈는데 우연히 민들레국수집 도시락을 봤답니다. 고기반찬이 먹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합니다. 폐지 수집하는 일도 요즘은 헛고생이라고 합니다. 종이 1Kg에 겨우 30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집니다. 코로나 19가 끝을 보이질 않습니다. 손님들이 도시락을 아껴 먹는 바람에 곤란한 일이 생겼습니다. 더운 날씨에 도시락 음식이 변질될 우려가 생겼습니다. 된장국은 더는 드리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된장국 대신에 생수 한 병씩 도시락 꾸러미에 넣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손님들에게 도시락을 받으면 한 시간 이내에 드시도록 말해야겠습니다.

 

사진=서영남
사진=서영남

날씨가 무더워지고 도시락이 변질될 우려가 많아지면 힘들기는 하지만 급식을 다시 시작해야할 것 같습니다. 네 명이 앉을 수 있는 식탁에 손님 한 분만 앉아서 식사하는 것입니다. 국수집에 4인용 식탁이 여섯 개가 있습니다. 식탁 하나에 한 분만 앉아서 식사를 하면 사회적 거리를 충분히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손님을 환대하는 것을 더욱 극진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체온을 측정해서 문제가 있는 손님을 위해서 국수집 바깥에 천막을 마련해서 식사할 수 있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도시락을 기다리면서 손님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기다립니다. 손 세정제로 손을 닦습니다. 비접촉 체온계로 체온을 잽니다. 그리고 이름과 생년월일 정도만 기록했습니다. 주소는 틀리게 말합니다. 이름을 다음에 또 다르게 말합니다. 그래도 그냥 넘어갑니다.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줄을 서지 않습니다. 코로나 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기가  오히려 줄서기보다 쉽습니다. 도시락을 나누는 순서는 여성, 노인, 장애인 순으로 합니다. 그리고 이름을 기록한 공책을 보면서 한 분 한 분 확인하면서 도시락을 드립니다. 도시락을 드리면서 착용하고 있는 마스크를 살펴보고 바꿔야 할 것 같으면 새 것을 드립니다.   

노숙을 하면서 도시락 하나에 목숨이 달린 노숙하는 우리 손님들에게 재난지원금마저도 그림의 떡입니다. 주민등록이 말소된 분이 대다수입니다. 살아 있어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어느 노숙하던 분은 지난 육개월 동안 천 원 한 장 써 봤답니다. 자판기 커피 한 잔 먹을 수 있는 동전 하나 주으면 횡재 했다고 기뻐합니다. 민들레국수집에서는 매주 한 번은 손님들에게 봉투에 오천 원 넣어서 민들레국수집표 긴급 재난지원금으로 나눠드립니다. 용돈을 나눌 때 손님들에게 필요한 옷과 신발도 나눕니다.

 

서영남 베드로
민들레국수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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