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5.18] 아, 광주여! 민주주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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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5.18] 아, 광주여! 민주주의여!
  • 김귀주
  • 승인 2020.05.18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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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중항쟁 40주년 기념시

아, 오월 그날이 오면

-김귀주 요한

 

나는 독하지 못해.
신군부의 군화들이 화창한 금남로 거리에서 골목골목을 뒤지던 
꽃피는 향기로 평화로웠던 5월18일 
80년 5월 저 악랄한 군부에 의해 
505보안대안에서 자행되었던 고문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5월 21일 오후1시 애국가가 들리고 
도청앞 군부의 총탄을 맞고 죽어간 사람들
적십자병원과 전대병원에서 치료받던 사람들
정신병원에서 몸부림치던 사람들
난 독하지 못해.
박관현 열사같이 단식하며 죽어갔던 사람들
송곳으로 손톱 밑을 찔려 악을 쓰던 사람들
전기고문실은 그렇게 활짝 열려
비명은 지금도 
그 쪽문 같은 창살 문밖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어.
굴비 엮듯이 묶이고
오뉴월 개패듯이 온 몸뚱이 퍼렇게 두들겨 맞고
모두 밥을 주면 하루하루 연명하던 사람들
살아 숨 쉬며 지옥 같은 감방을 오가며
밥을 훔쳐먹던 쥐와 비둘기를 부러워하던 사람들
쥐와 비둘기의 자유를 그냥 부러워 하던 사람들
뭣땀시 뭣땀시 잡혀 두들겨 맞는지 모르던 사람들
그냥 눈동자 반짝반짝 어리거나
그냥 단발머리 이쁘게 소녀이거나
그냥 수학여행을 다녀와 집에 가거나
누나 산후조리로 늦으시는 어머니가 
그냥 보고싶어 
심심해 밖으로 나가거나
그냥 꿈 많은 소년이거나
그냥 노동자이거나
그냥 청년이거나
그냥 공부 잘하는 자랑스런 학생이거나
그냥 집에 가던 어린 아이이거나
그냥 보고싶은 친구이거나
그냥 동산에 재미있게 놀던 동무이거나 
그냥 10대이거나
그냥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품은 임산부 이거나
그냥 죽어야만 했던 사람들
그냥 시민이거나
지금은 팔순 노모가 그 영정앞에 눈물로
묻는다.
총칼과 곤봉 군홧발로 짓이기니 
돌맹이로 대들었다고
부모 형제가 쥐어준 주먹밥으로 
날을 새며 도청을 지켰다고 
그냥 피가 철철나게 자유로왔다는 이유만으로
매겁시 죽어야만 했던 사람들
착검한 총뿌리 계엄군의 대검에 찔려 
개같이 질질 끌려가며 죽어갔던 
그들은 
즉결처형 당했다.
가슴을 찔리고 머리에 총을 맞고
두 번 죽어서도 
죽은 이유가 북에서 나려온 빨갱이로
날조되고 
머리에 박힌 총탄과 배에 찔린 대검이
곤봉으로 깨진 머리가 
그냥 넘어져서 죽었다고 
변조되고
지금 나에게 
여기 살아있는 나에게
엄청난 고통으로 다가와
묻고 있다.
애미가 사타구니 옆 점으로 
죽은 아들을 알아보아야 하는
지원동 뒷산에 왜 누워서 있었는지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고,
왜 죽어야 했는지 모르겠다고,
왜 말이 없는지 모르겠다고,
난 살아서 지금 여기에 있기에.
나는 독하지 못하다.
그들만큼 독하지 못하다.
난 죽어야만 했던 그들의
뒤를 따르는 산자였기에
나는 독하지 못하다.
40년이 지난 지금 
난 독하지 못하다.
그들이 왜 죽어야만 했는지
모르고 사는
난 독하지 못하다.
그들의 순수 만큼
나는 독하지 못하다.

 

아, 광주여! 민주주의여!

-김귀주 요한

어디로 가느냐,
너와 내가 우리가 되어
함께 타들어가던 횃불의 목마름으로
어디로  가느냐,
늙으신 어머님을 모시고
어린 아이들을 품에 안고
샛파란 아들딸들을 데리고
도청앞 주먹밥을 뭉치던 날
그날 꽃피던 봄날
화창하게도 햇살 빛나던 금남로 거리
일터에서 돌아오던 남편을 기다리다가
불룩한 배안에 잉태된 산고의 희망을 안고서
그렇게 보고싶었던
그렇게도 가슴으로 안아보고 싶었던
거리마다 나풀거렸던
너와  나의 봄날의 꿈이여,
40년이 지난  지금
억조창새 그 가운데 사스보다, 메르스보다 무섭다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도 함께 헤치고
진실과 정의 그리고 평화!
그때 그 향기나는 꽃바람에 실려
온기 가득한 한줌 흙으로 되돌아가는 길.
하지만 너와 내 영혼은
언제나  처럼 맑고 투명하고 영롱하게
어디로  가느냐,
우주의 저 한가운데 타고남은 재가 모여서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빛이 되어
너와 내 가슴에 품어 안을 뭉클한 사랑이 될 때까지
어둡고 추운 동토의 거치른 바람도 모질게
시간을 거슬러 야무지게 새벽을 동트게 하던
너와 나의 따뜻한  피 흐르던 손 맞잡고
어디로 가느냐,
우리 영혼이 아파하던
무등의  산등성이
초록으로 물들던
우리  함께하던 의지의 굳은 맹세들
아직 잠들지 못하는구나.
먼저 갔던 자유의 젊은 영령들이여!
여기, 너와 나 비석으로 남지말고
앞으로 앞으로만 바라보는 희망으로,
멀리 멀리 함께가는 
우리 청춘이 되자.
아무도 범하지 못할 무등이 되어
너와 나 영혼이 두를
하늘이 되자.  

 

김귀주 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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