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트라피스트 수도자의 [목마름으로 살리라]
술어로 말하기
밥 먹었니
밥은 먹었니
밥 먹었는데
먹었구나
먹지 그러니
먹고 보자
먹자
먹읍시다
먹자꾸나
먹기나 해
먹어라
먹어
먹어보렴
먹었겠지
먹여라
이 황홀한 언어의 바다
온갖 감성이 출렁이지 않나
주어 없이도 뜻이 통하는 언어를 지닌 복됨
너와 내가 녹아있다
이 감성의 바다 안에
같은 물로 숨 쉬는 물고기처럼
모두는 한 핏줄, 한 형제
이 황홀한 세계 어디 두고
나, 너, 그들
쫙 쪼개지는 빌딩 숲에서
거만히 구두굽을 울리며 활보하게 되었나
마음 속 그리움
그 징하디 징한 것
그것만은 감출래야 감출 수 없지
[출처] <참사람되어> 201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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