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이오덕
비가 온다
어두운 하늘에서 주룩주룩
자꾸 온다.
우비도 없이 학교에 온 아이
점심밥도 굶은 아이
십리 길 먼 길을 어떻게 갈까?
지금
어느집 처마 밑에서
이 비를 피하고 섰을까?
나는 이렇게 따뜻한 방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아이
배가 고파 핼쑥한 얼굴
그 얼굴이 자꾸 책 속에 나타나...
책을 덮고 창문을 열어
어두운 하늘을 가만히 바라본다.
비는 주룩주룩 자꾸 오고
어쩌자고 비는 자꾸 오고...
김기호(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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