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내가 나쁜 놈일까?
상태바
이런 내가 나쁜 놈일까?
  • 이강길
  • 승인 2020.05.09 09: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이강길 파비아노
사진=이강길 파비아노

우리동네 지하철역에는 출구로 통하는 통로벽에 기대어 앉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갖은 야채를 펼쳐놓고 파는 할머니가 계셨드랬다. 지하철 입구를 내려가면 더덕 냄새가 온 통로에서 군침을 자극하는 듯했다.

내가 지하철 입구 도착했을 때는 할머니는 이미 새벽부터 나와 계셨을 것이다. 나는 시간에 쫓겨 그냥 지나치지만 항상 그 곳을 지날 때마다 그 냄새를 잊을 수 없다. 더덕과 도라지 내음을 ...

20여년전, 구로공단 속의 젊은 청춘남녀 이향 노동자들의 쉼터, 프랑스풍의 멋들어진 이름을 가진 동네 '가리봉'에 살때 친하게 지내던 이웃 사촌 형님이 계셨다. 가끔 그 집에 놀러가면 껌 종류가 많았다. 이분은 늘 동전지갑을 준비해갖구 다녔다. 전철을 이용하면서 껌이나 기타 가벼운 물건을 몸이 불편하다면서 돌볼 가족이 있다고 적힌 종이를 돌리면서 애걸하는 분들을 위해 준비 한듯 하다. 그이와 함께 몇번 동행을 했는데, 두어번인가 그분들이 권하는 물품을 그 가격에 구입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무척 수전노 같았는데 그런데는 절대로 돈을 사용하믄 안된다는 마음이 자리잡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술을 좋아하는 내가 슈퍼나 구멍가게에서 사다먹으면 더 절약되는 걸 알면서도 굳이 세 배는 더 비싼 주점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주위 사람들은 시덥잖게 생각하기도 한다.

나는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것보다 기분이 좋다. 집에서 마시면 별로 기분이 나지 않는다. 그럴 때는 성큼 카드를 내밀 수 있는 마음이 생긴다.

길거리 노점 야채장사 할머니들은 신용카드를 취급하지 않는다. 나는 현금을 소지하지 않는다. 그리고 찬거리를 사들고 집에까지 와서 일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오래전처럼, 현금만 사용할 수 있는 시대에는 할머니의 좌판에서 야채를 구입해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 깨끗하고 깔끔하게 정돈 포장된 가격정찰제 대형 마트가 주변에 많은데 굳이 노상의 할머니한테 까지 마음이 가지 않는다.

단지 노상에서 야채를 구입할 수 없는 이유는 현금을 소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고, 밖을 나설 준비를 할 때도 그냥 나의 불편함이 있나 없나 이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지 타인들, 좀더 어려운 사람들, 낮은 사람들에 대한 생각은 들지 않는다. 

지금 그분의 모습은 불과 몇십 년 전 우리들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늘도 어두컴컴해지는 우리동네 버스정류장 건너편엔 노상 좌판을 펼쳐 놓고 세월을 만지작거리는 할머니를 바라본다.

 

백수재에서 
잘생긴 꾀꼬리 꽃미남 리차드강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