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상 "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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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상 "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
  • 방진선
  • 승인 2020.04.2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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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상 선종 83주가

미궁의 시인 이상(李箱)선생님 (김해경金海卿, 1910년 9월 23일 -1937년 4월 17일)善終 83주년!

● 일제 강점기를 오롯이 살다 스러진 청년 이상의 詩境 

☞ <꽃나무>

벌판한복판에꽃나무하나가있소.근처에는꽃나무가하나도없소.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를 열심으로생각하는것처럼 열심으로꽃을피워가지고섰소. 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에게갈수없소.나는막달아났소.한꽃나무를위하여그러는것처럼나는참그런이상스러운흉내를내었소(<가톨릭청년>1933년7월)

☞ <1933. 6. 1>

천평위에서 삼삽년동안이나 살아온사람 (어떤과학자) 삼십
만개나넘는 별을 다헤어놓고만사람(역시)인간칠십 아니이십사년동안이나 뻔뻔히 살아온 사람(나) 나는 그날 나의자서전에 자필의부고를 삽입하였다이후나의육신은그런고향에는있지않았다 나는 자신나의시가 차압당하는 꼴을 목도하기는 차마 어려웠기 때문에.

☞ <날개>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육신이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 (1936년)

☞ <각혈의 아침>
……
봄이 와서 따스한 건 지구의 아궁이에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모두가 끓어오른다 아지랑이처럼나만이 사금파리 모양 남는다나무들조차 끓어서 푸른 거품을 자꾸 뿜어내고 있는데도.

● 27세에 이승을 떠난 이상의 이상에 신음하며 10번이상 읽고 <이상전집>(1956년)을 펴낸 27세 청년 임종국 선생(1929-1989)의 이상은 친일연구의 효시
<친일문학론>(1966년) 

● 부박하고 신산한 이 시대에 이상은 누구이며 그 이상은 무엇인가 

☞ 이 가치붕괴의 시대에 아버지 노릇은 안녕한가!
"나의아버지가나의겨테서(곁에서)조을(졸)적에나는나의아버지가되고또나는나의아버지의아버지가되고그런데도나의아버지는나의아버지대로나의아버지인데어쩌자고나는자꾸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가되니나는웨(왜)나의아버지를껑충뛰어넘어야하는지나는웨드듸어(드디어)나와나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노릇을한꺼번에하면서살아야하는것이냐"(<오감도烏瞰圖 詩第二號>조선중앙일보 1934.7.25)

☞ 이 정글투쟁의 시대에 싸움과 싸움구경은 어떠한가 !

"싸홈(싸움)하는사람은즉싸홈하지아니하든사람이고또싸홈하는사람은싸홈하지아니하는사람이엇기도하니까싸홈하는사람이싸홈하는구경을하고십거든싸홈하지아니하든사람이싸홈하는것을구경하든지싸홈하지아니하는사람이싸홈하는구경을하든지싸홈하지아니하든사람이나싸홈하지아니하는사람이싸홈하지아니하는것을구경하든지하얏으면그만이다
(<오감도烏瞰圖 詩第三號>)

● 시인이 말끝마다 쓰던 아름다운 조선말 "참" 

"불초 이상은 말끝마다 참 참 소리가 많아 늘 듣는 이들의 웃음을 사는데 제딴은 참 소리야 말로 참 아름다운 화술인줄 믿고 그러는 것이어늘 웃는 것은 참 이상한 일입니다."

☞ 거짓과 꾸밈이 활개치는 "진실공방"의 시대에 시인의 "참"은 살아있는가 박제되었는가 !

☞ "참", 그 이름씨•어찌씨•이음씨의 위상은 어떠한가 !

[명사] 1.사실이나 이치에 조금도 어긋남이 없는 것. 2.이치 논리에서, 진릿값의 하나. 명제가 진리인 것을 이른다.
[부사] 참으로(사실이나 이치에 조금도 어긋남이 없이 과연).
[접사](일부 명사 앞에 붙어) '진짜' 또는 '진실하고 올바른'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참사랑 · 참뜻· 참기름

● 이 불안한 위험사회에 가정과 가장은 평안한가 

☞ <가정>

문(門)을암만잡아다녀도안열리는것은안에생활이모자라는까닭이다.밤이사나운꾸지람으로나를졸른다.나는우리집내문패앞에서여간성가신게아니다.나는밤속에들어서서제웅처럼자꾸만감(減)해간다.식구야봉(封)한창호(窓戶) 어데라도한구석터놓아다고내가수입되어들어가야하지 않나.지붕에서리가내리고뾰족한데는침(鍼)처럼월광(月光)이묻었다.우리집이앓나보다그러고누가힘에겨운도장을찍나보다.수명을헐어서전당(잡히나보다.나는그냥문고리에쇠사슬늘어지듯매어달렸다.문을열려고안열리는문을열려고.

 

방진선 토마스 모어
남양주 수동성당 신자
Senex et Operarius Studens 窮究하는 늙은 일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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