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움직이는 신비가, 도로시 데이의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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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움직이는 신비가, 도로시 데이의 영성
  • 메리와 제리 울러
  • 승인 2020.04.0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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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도로시 데이(1897-1980)에게서 큰 영감을 받아왔다. 로버트 렌트(Robert Lentz)가 그린 <뉴욕의 도로시 데이> 이콘은 우리 집 거실에 걸려 있는데, 매일매일 기도와 사회정의 활동으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이 글에서 우리는 1933년부터 1970년까지, 도로시 데이가 가톨릭일꾼운동에 관여하면서 어떻게 기도했는지 관심을 두려고 한다. 이 시기에 하느님과의 통교가 많은 어려움 가운데서도 도로시에게 비전과 용기를 주며 그를 붙들어주었다.

도로시 데이는 기도하는 여성이었다. 기도는 그의 생활 중심에 있었다. “우리는 기도 없이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라고 그는 쓰고 있다.

“성숙해지기 위하여, 매일 음식을 먹는 것처럼 정기적으로 기도합니다. 우리는 겸손하게 신뢰를 가지고 기도해야 합니다.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 이 말씀은 하느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하느님은 거짓말을 하시지 않습니다. 사랑을 구하십시오. 은총을 구하십시오. 죄악의 순간에도 구하십시오. 하느님은 언제나 응답하십니다.”

1927년 딸 타마를 가톨릭 식으로 영세시키기 위하여 도로시는 가톨릭 신자가 되었다. 그는 특히 기도에 깊은 관심을 보였으며,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기도가 차지하는 역할을 깊이 감사하고 있었다. 가능한대로 도로시는 가까운 본당에 가서 미사에 참례하였다. 1962년에 그는 이렇게 썼다. “나에게 신앙이 찾아 온 것은 기쁨입니다. 내 아이가 35년 전에 태어난 것도 기쁨입니다. 그리고 그 기쁨은 미사 때 마다 주님을 모시면서 끊임없이 새로워집니다.”

도로시는 미사와 영성체가 자기 일을 계속하는데 매번 힘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시는 성찬례와 가톨릭일꾼 공동체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이 두 가지는 각각 우리들 사이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하느님은 오늘날 가난한 이들 안에, 우리가 함께 나누는 빵 안에 육화하십니다. 우리는 빵을 나누면서 그분과 자기 자신에 대하여 알게 됩니다.”

도로시는 성무일도나 시편을 매일 바치면서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항상 나는 시편을 좋아합니다. 아침, 저녁기도 때에 혼자든 여럿이든 나는 시편을 읊고 있습니다.” 그는 밤 기도로 만과를 하도록 가톨릭일꾼 공동체에 제안하였다. “우리가 이 저녁기도로 함께 공동방에 모여 일치할 때에 그리스도인의 연대가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교회의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전체 교회에 일치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 그분과 일치합니다.”

도로시는 공동체 기도가 연대를 이루고 표현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함께 기도한다는 것이 항상 쉬운 일은 아니었다! 공동체의 손님들은 공동체 기도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도로시는 어떤 모순을 느꼈다. 손님들은 “갈 곳을 빼앗긴 사람들이고, 모두가 공동체를 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사적인 시간과 공간을 원합니다. ... 그들 자신의 방식대로 하는 것을 무슨 신성한 의무처럼 여기고 말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향은 마치 약물중독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경우처럼 대부분의 우리들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도로시는 획일성보다 자유를 존중하였고 손님들은 공동체 기도에 반드시 참여하지 않아도 되었다.

교회의 또 다른 전통은 묵주기도인데, 도로시는 가톨릭으로 개종하기 전부터 이 기도를 하였다. 그의 전 생애 동안 묵주기도는 위로와 평화를 주는 원천이었다. 몇 년 동안 도로시는 사람들과 함께 점심식사 후 묵주기도를 하곤 하였다. 단순한 기도의 형식 때문에 그는 삶의 여정에서 묵주기도를 즐겨 하였다.

 

by Sarah Fuller 

모두가 다 괜찮을 것

도로시는 가톨릭으로 개종하기 훨씬 전부터 성경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그저 담담하게 성경을 계속 읽고 그 메시지에 마음을 열곤 하였다. 그리고 복음서나 시편에서 자신의 관점을 지지해주는 구절들을 자주 인용하였다.

일생동안 도로시는 독서로서 자신의 기도생활을 풍요롭게 만들어갔다. 그는 기도에 관한 현대의 저서들을 읽었다. 전통적인 고전도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특히 토마스 아 켐피스(Thomas à Kempis, 1380-1471)의 <준주성범>(De Imitatione Christi)은 개인의 내적 생활과 그리스도의 삶에 관한 묵상을 강조하고 있는데, 도로시는 이 책을 즐겨 읽곤 하였다. 또한 아빌라의 데레사가 쓴 책도 많이 읽었다. 데레사는 스페인의 신비가로서 개인기도에 관하여 깊은 일가견을 가지고 있으며 여성의 영성에 관하여 확고한 모형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도로시는 영국의 여성신비가인 노리치의 줄리앙(Julian of Norwich, 1342-1416)의 낙관적인 책들을 침대 옆에 두고 읽곤 했는데, 이 책들은 주로 하느님의 연민에 관한 것이었다. 하느님은 살펴주시고 하느님은 사랑하시며, 끊임없이 계속되고 마지막까지 이어질 이 하느님의 사랑으로 “모두가 다 괜찮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표현하는 책들이다. 또 하나 도로시에게 중요한 영향을 준 책은 리지외의 소화 데레사(Sancta Teresia Lexoviensis)가 쓴 자서전이다.

소화 데레사는 가능한 힘껏 일상생활의 평범한 과제들을 사랑으로 실천함으로써 도달하게 되는 거룩함을 보여 준 사람이었다. 소화 데레사처럼 도로시도 일과 기도를 날카롭게 분리하지 않았다. 사랑이라는 의지(동기)를 갖고 하는 일은 기도라고 도로시는 확신하였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삶의 표양으로, 그들이 하고 있는 일로서, 그들이 표현하는 우정으로, 사람들을 사랑하고 또 사랑을 받음으로써 기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스도의 가난한 사람들

도로시는 그리스도의 신비스러운 지체라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며 하나의 몸을 이루고 있다는 바오로 사도 식의 은유로부터 나온 이 개념을 좋아했다. 도로시는 자신이 이 신비체의 한 구성원이라고 생각하였으며, 한 지체로서 그리스도의 삶과 일에 참여하고 있다고 여겼다. “그리스도가 되기 위하여, 그리스도를 다른 이들에게 데려가기 위하여, 지금 우리가 사는 것이 아니라, 바오로 사도의 말처럼 그리스도가 우리 안에서 사는 것입니다.”라고 믿었다. 예수의 육화를 모든 창조물과의 일치로 생각하면서 도로시는 이 신비체의 개념을 확대시켰다. 즉 그리스도는 모든 사람 안에 현존하신다는 것이다. 그리스도는 매일의 자비활동을 통하여 섬김을 받고 계신다. 이러한 생각이 영적인 것과 육적인 것, 기도와 활동들을 일치시키고 있다.

도로시는 가난한 사람들을 그리스도의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남부의 흑인들 그리고 남서부의 멕시코인들 얼굴 속에서 나는 그리스도의 얼굴을 보는 것 같습니다 ... 일자리를 구하려고 줄을 서 있는 사람의 얼굴에서도 ... 도처에서 늙고 고통 받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은 그리스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려움과 증오, 사랑과 기쁨의 얼굴 속에서도.” 그러나 가난한 이들 속에 나타나는 그리스도의 모습이 항상 분명한 것은 아니었다. 도로시는 또 다른 경우에 이렇게 쓰고 있다.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모습을 닮고 있다는 이 의식은 바다의 물결처럼 왔다 갔다 합니다. 성령은 불고 싶은 대로 불고 우리는 사막과 암흑 그리고 의심 속을 헤매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저 신앙의 행위를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주님, 저는 믿고 싶기 때문에 믿습니다.”

도로시 데이는 평범한 사람들에 대하여 강하고 실제적인 사랑을 하였으며 그들의 영적인 생활을 낙관적으로 생각하였다. 그는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과 하느님이 일치하기 위하여 성령이 항상 일하고 계시다고 이해하였다. 이미 말했듯이, 도로시는 공동체 기도에 모든 사람이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았다. 그는 자비의 활동 속에 복음화 작업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하느님께서 이미 모든 사람들 속에 현존하신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느님과의 일치가 모든 사람에게 특별함과 가능성을 주고 있다고 도로시는 생각했다. “점점 살아갈수록, 종교에 대하여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 안에서 일하시는 하느님을 더 많이 보게 됩니다.”

 

by Sarah Fuller
by Sarah Fuller

 

신비가란 하느님과 사랑에 빠진 사람

도로시 데이가 기도하는 근본 이유는 그리스도와 전적으로 일치하기 위해서다. 이 일치는 거룩함이나 성화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도의 목적은 은총을 구하는 것이며 우리 안에서 그리스도가 자라나시도록 하는 것입니다 ... 우리는 그리스도의 생명을 우리 자신의 생명 안으로, 우리의 시대에 초대하기 위하여 기도합니다 ... 계속 기도한다면 당신은 성인이 될 것입니다.” 그는 영적인 생활이 이 세상에서 가장 모험에 가득 찬 생활이라고 가끔 말했다. 가톨릭 전통이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는 성인들과 죄인들 모두에게 도로시는 따뜻한 친근감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약점을 기도의 필요성과 하느님께 대한 신뢰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도로시는 “생명을 주신 하느님께 무한한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므로 감사함은 그의 기도에서 또 다른 중요한 동기가 되었다. 그는 이렇게 썼다. “신비가란 하느님과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의 삶의 중심에는 하느님과의 사랑이 놓여 있었다. 그렇지만 때때로 기도가 어렵다는 것도 느꼈다.

“기도는 사랑의 결과입니다. 당신이 사랑한다면 기도하게 될 것입니다. 기도는 그저 말 몇 마디를 중얼거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하느님과 만나려는 노력이어야 합니다. 그게 어렵고 메마르고 차갑게도 느껴지겠지만, 그러나 항상 노력은 해야 합니다.”

도로시는 그가 원하는 것을 위하여 기도할 수 있었고 또 기도했는데, 그의 기도가 응답을 받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그렇게 하였다. 많은 동료들과 공동체의 손님들이 도로시의 낙관적인 즐거움과 유머감각에 깊은 영향을 받았지만, 때때로 도로시 자신은 피로함과 절망감으로 시달렸다. 그럴 때마다 기도가 그를 다시 회복시켜 주었다.

“오늘 비가 퍼붓고 있습니다. 나는 집안에 있습니다. 너무 지쳐서 쉬고 있습니다. 슬프고 비통하고 녹초가 되어 그냥 앉아 있습니다. 그러자 오늘밤 기도하면서 나는 응답을 들었습니다. 도움을 청하며 울부짖을 때 기도가 정말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 그것 자체로 위안이 됩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기도는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확신을 난 가집니다 ... 고통은 우리를 기도에로 이끌고 우리는 위로를 받습니다. 아니면 적어도 믿음과 희망, 사랑을 계속하도록 힘을 받습니다.”

도로시는 일하고 있는 신비가, 기도와 행동이 역동적으로 통합된 모범이었다. 그는 영적인 것과 육적인 것이 모두 함께 가는 것이라고 말하길 좋아했다. 거룩함에 대하여 묵상하면서 그는 지금 이곳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고, 이러한 아름다움이 분명코 그를 하느님께로 이끌었던 것이다. 그는 아무리 거친 사람이라도 현재 그와 함께 앉아 있는 사람에게 주의 깊고도 연민에 가득 찬 마음으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우리가 더 많은 것을 성취하길 바랄수록 더 많이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간이 넉넉한 것은 아니므로, 우리는 시간을 내야 한다. 더 많이 이룰 수 있도록 더 많은 시간을 기도해야 한다.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이 세계 속에서 도로시는 기도의 생활을 통하여 즐거운 목적을 지닌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기도로 초대하다

도로시가 가톨릭에 들어온 지 40년 후에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가 열렸다. 공의회는 평신도 그리스도인의 존엄성을 강조하였고 모든 사람이 거룩함에로 초대되었다고 말했다. 도로시는 사는 동안 내내 이 통찰을 실천에 옮겼다. 공의회는 또한 신자들이 공동체 기도에 참여할 것을 강조하였다. 미사예식에서 회중들에게 많은 역할을 넘겼을 때, 도로시는 무척 기뻐했다. “하느님께 감사하게도, 평신도들은 이제 예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제단 주변에서 사제와 함께 기도를 드릴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이러한 도로시 데이의 기도생활에서 우린 무얼 배웠는가? 먼저 우리는 기도할 시간을 가져야겠다. 두 번째로, 기도 속에서 균형과 다양함을 이루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뿌리가 없고 파편적인 사회 속에서 공동체 기도의 중요성은 특히 강조되어야 한다. 공동체 기도는 가족에서 시작해 소규모의 그리스도인들 모임이나 공동체에서 또한 다양한 신앙을 가진 이들 사이의 공동예식을 통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 세 번째로, 영적인 독서, 특히 성경을 읽는 것은 기도를 격려해주고 생기 있게 해준다. 또 기도에 대하여 좋은 책들이 많이 있다. 마지막으로, 도로시 데이의 모범은 우리로 하여금 기도를 계속할 수 있게 용기를 준다.

변화는 천천히 일어난다. 기도는 점차적으로 우리를 변화시킨다. 그리고 사회정의에 대한 더 깊은 결단과 투신, 그리고 하느님과 이웃과의 더 깊은 일치를 가져올 것이다. “우리는 빵을 쪼개면서 그분을 압니다. 그리고 빵을 쪼개면서 우리는 서로를 알고 더 이상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글은 미국 미조리주 세인트 루이스에 있는 가톨릭일꾼공동체, 카렌 하우스에서 발간한 <The Round Table>(1995년 여름호)에 실린 글을 <참사람되어>가 2000년 1월호에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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