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고갈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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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고갈되지 않는다
  • 로버트 엘스버그
  • 승인 2020.03.2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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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엘스버그의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 성인들] -사랑하는 것을 배우기(4)
사진출처=francescaphillips.com
사진출처=francescaphillips.com

어떤 사랑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대답은 우리 각자가 알고 있는 사랑과 행복의 의미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대상을 붙잡고 계속 움켜쥐려는 소유 본능을 사랑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그런 사랑에서 오는 괴로움을 견디지 못할 것이며, 그렇게 사랑하는 대상을 잃게 될 경우 불행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어떤 다른 사람의 마음도 참으로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사랑에 근거하는 행복은 너무나 부서지기 쉽다.

성인들은 이런 사랑을 한 것이 아니다. 복음이 지닌 역설들 중에 하나는 우리가 버릴 때에 참으로 소유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갚음에 대한 기대를 갖고 하는 사랑은 시장법칙에 불과하거나, 시몬 베이유가 말한 것처럼 중력의 법칙일 뿐이다. 참다운 사랑은 중력의 법칙을 거부한다. 참다운 사랑은 움켜쥐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이 주는 것으로 표현된다.

행복도 마찬가지이다. 머튼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자신만을 추구하는 행복은 절대로 발견할 수 없다. 나눔에 의하여 소멸되는 행복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줄만큼 풍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기 만족에서 오는 행복은 가짜이며, 일시적이고, 항상 슬픔으로 끝난다. 그런 가짜 행복은 우리의 정신을 편협하게 만들고, 무기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참다운 행복은 이타적인 사랑에서 발견된다. 이타적 사랑은 나눌수록 증가되는 사랑이다.”

사랑의 숨결이 없는 삶은 비참한 삶이다. 충분한 물이 없는 식물은 한동안 메마르게 살다가, 꽃을 피울 수도 없다. 우리의 삶도 사랑이 호흡하지 않는다면 이와 마찬가지이다. 동시에 우리 각자의 중심에는 숨겨진 신원이 있다. 그것은 우리자신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채 잠들어 있으며, 마침내 입맞추어 깨어나게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 입맞춤은 여러 가지 형태를 띈다. 프란치스꼬의 경우 그것은 나병환자의 입맞춤이었다. 안토니오 성인에게는 성서구절이 그를 새로 태어나게 만들었다. 사랑이 우리의 삶에 어떤 형태로 들어오든지 그것은 우리를 보다 나은 자아가 되도록 초대한다. 더 용감해지고, 더 친절하며, 더 용서하고, 더 우리의 잘못을 뉘우치고, 더 변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게 만든다.

많은 성인들은 무화과나무에 올라가서 예수님의 사랑의 눈길을 받았던 자캐오와 같은 경험을 했다. 그들은 하느님을 알게되고, 하느님의 사랑을 받았다. 이 사랑 안에서 그들은 새롭게 시작하고 불가능한 것들을 하며, 다른 사람이 되려는 용기를 발견했다. 요한 복음사가가 “하느님께서 우리를 먼저 사랑하셨으므로 우리도 사랑합니다”(Ⅰ요한 4,19)라고 썼듯이.

“지옥은 더 이상 사랑하려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라고 죠르쥬 베르나노스는 그의 작품 <어떤 시골신부의 일기>에서 말한다. 그러나 “가장 밑바닥에 내려간 인간도 비록 그가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할지라도, 그 안에 사랑하는 힘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고 베르나노스는 쓰고 있다. 이 사랑의 능력은 비록 상실되고, 잊혀질지라도 모든 인간존재의 고유한 핵심, 즉 영혼을 형성한다. “구원”의 의미에는 항상 이 보이지 않는 능력이 재발견되고 배양된다는 진리가 포함되어 있다. 어떤 소중한 것을 잃었으나, 이제 다시 발견된 것이다. 이 일이 일어날 때, 또 다른 라자로가 다시 일어난다.

로버트 엘스버그 /1955년 미국 잭슨빌에서 태어났다. 존재의 의미와 참된 삶에 이르는 길을 찾던 그는 하버드 대학교를 다니다 2학년을 마치고 1975년 도로시 데이와 함께 5년 동안 일했다. <가톨릭일꾼> 신문 편집장으로 활동하다 1980년 가톨릭으로 개종했으며, 모교로 돌아가 종교와 문학을 공부한 후 라틴 아메리카에서 변화된 가톨릭교회 모습을 체험했다. 도로시 데이의 작품집을 냈으며 하버드 신학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면서 1학년을 가르쳤다. 1987년 신학박사 과정을 마치고 메리놀 수도회 Orbis 출판사 편집장이 되었다. 지은 책으로 <모든 성인들>과 <모든 여인 가운데 복되도다> 등이 있다. 도로시 데이 시성식 추진위원회와 헨리 나웬 재단 위원이며, 현재 세 자녀와 함께 뉴욕 주 오시닝에 살고 있다.

이 글은 2003년, 미국 메리놀 출판사가 발간한 <The Saints' Guide to Happiness>(Robert Ellsberg)를 <참사람되어> 2005년 3월호에서 편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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