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필요한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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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필요한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거지'
  • 로버트 엘스버그
  • 승인 2020.03.1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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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엘스버그의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 성인들] -사랑하는 것을 배우기(3)
루이지 샬리에로의 ‘착한 사마리아인’(1854).
루이지 샬리에로의 ‘착한 사마리아인’(1854).

가장 큰 계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예수님은 두 가지 측면으로 대답한다. 첫 번째 측면은 하느님을 “온 마음과 온 정신, 그리고 힘과 영혼을 다하여”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첫째 측면은 즉시 이어 두 번째 계명과 연결된다. “첫 번째 계명에 못지 않은” 이것은 우리의 이웃을 우리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계명의 구체적인 예를 예수님은 사마리아사람의 이야기로 표현한다. 사마리아인들은 정통파 유대인들이 경멸하던 사람들이었다. 어느 한 사마리아사람이 길을 가다가 상처입고 벌거벗은 채 누워있는 나그네를 발견했을 때, 가던 여정을 멈추고 돌보아준 이야기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는 예를 우리는 일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이를 가지고 낳아 키우는 부모들을 보면서 타인을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가능한 지 볼 수 있다. 또한 열정적이며 보호적인 사랑으로 다른 이들의 필요에 응답한 부모 이외의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막시밀리안 콜베 신부, 몰로카이의 다미안 성인, 오스카 쉰들러 등 수많은 사례가 있다. 특히 오스카 쉰들러의 경우는 그가 보통기준에서 “성인”이 될 수 없는 사람이면서도 그런 사랑을 실천한 예다.

아마도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기준은 우리가 결코 그 수위에 완전하게 도달할 수가 없으며 다만 노력해야 하는 하나의 지평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온 마음과 몸과 정신과 영혼을 다해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기준이 너무 높게 설정되었다 해도 예수님이 더 간단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것은 “내가 굶주렸을 때, 너희는 나에게 먹을 것을 주었다...내가 나그네였을 때 너희는 나를 받아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 너희는 나를 찾아주었다”는 기준이다. 그러면 언제 우리가 주님에게 이런 일을 했단 말인가? 여기에서 예수님은 착한 사마리아사람의 비유에 숨겨진 의미를 드러낸다. 즉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들에게 이런 일을 했다면, 바로 나에게 한 것이다”라고(마태오 25,31-46).

성인들은 이 신비스러운 대칭에 내포된 의미에 따라 살아간 사람들이다. 그들은 예수님이 이웃 안에서 우리에게 나타난다고 믿었다. 길가의 벌거벗고 피 흘리는 사람들,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병든 사람들, 우리가 빵을 나누는 굶주린 이들, 우리가 짐을 가볍게 해줘야 하는 외로운 이들 속에 예수님이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보면, 이러한 등식은 참으로 황당하고 어처구니없게 보인다. 한편으론 넝마를 걸친 걸인이고, 또 다른 한편으론 하느님의 아들이라니.

그런데 양편을 공평하게 균형 잡아주는 것은 사랑이다. 그 사랑이 부족하고, 한편으로 원한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 모두는 거지들이다. 마더 데레사가 썼던 것처럼, “하느님은 굶주린 이들, 병든 이들, 헐벗은 이들, 집 없는 이들과 그분 자신을 동일시했다. 굶주림은 단지 빵 뿐만 아니라 사랑, 보살핌에 대한 굶주림으로, 누군가에게 누군가가 되는 것이다. 헐벗음은 단지 입을 것뿐만 아니라,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소수의 사람들만이 나누는 연민에 대한 헐벗음이다. 집 없음은 단지 돌로 만든 있을 곳에 대한 것만 아니라, 아무도 의지할 사람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하는 여정을 가든, 이웃들을 사랑하는 여정을 가든 궁극적으로 똑같은 종말에 이르게 된다. 갚음을 바라거나, 계산하지 않고 줄 때마다 우리는 사랑의 빛을 반사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로버트 엘스버그 /1955년 미국 잭슨빌에서 태어났다. 존재의 의미와 참된 삶에 이르는 길을 찾던 그는 하버드 대학교를 다니다 2학년을 마치고 1975년 도로시 데이와 함께 5년 동안 일했다. <가톨릭일꾼> 신문 편집장으로 활동하다 1980년 가톨릭으로 개종했으며, 모교로 돌아가 종교와 문학을 공부한 후 라틴 아메리카에서 변화된 가톨릭교회 모습을 체험했다. 도로시 데이의 작품집을 냈으며 하버드 신학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면서 1학년을 가르쳤다. 1987년 신학박사 과정을 마치고 메리놀 수도회 Orbis 출판사 편집장이 되었다. 지은 책으로 <모든 성인들>과 <모든 여인 가운데 복되도다> 등이 있다. 도로시 데이 시성식 추진위원회와 헨리 나웬 재단 위원이며, 현재 세 자녀와 함께 뉴욕 주 오시닝에 살고 있다.

이 글은 2003년, 미국 메리놀 출판사가 발간한 <The Saints' Guide to Happiness>(Robert Ellsberg)를 <참사람되어> 2005년 3월호에서 편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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