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나 성당으로 가는 길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하느님께로 가는 길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느님께로 가는 길은 무엇인가? 예수님은 그것이 곧 자기 자신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이 중대한 말씀 또한 그리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존 라이트푸트(John Ligtfoot)라는 성서 학자는 히브리어 관용법을 관찰한 결과 이것을 "나는 참되고 살아 있는 길이다"라고 과감히 번역했다. 독일어 성경에 의하면 "나는 길이고 또한 목적이다. 왜냐하면, 내 안에는 진리와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번역함으로써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성경 본문의 전후 문맥을 관찰해보면 누구든지 쉽게 '길'에 관한 말씀이 중심을 이루었음을 알 수 있다. 진리와 생명은 앞에 있는 '길'을 묘사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1) 예수는 자신을 '길'이라는 것과 동일시하였다. 예수께서 길이라고 하셨을 때, 이 길은 윤리적인, 도덕적인 의미의 원리나 체계이기보다는 예수 자신의 인간성과 인격과 삶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하늘 영광을 버리고 자신을 비워 인간의 모습으로 종이 되어 이 세상에 인간을 섬기러 왔고, 또 섬겼던 제자들 발을 몸소 씻어 주셨던 그 예수의 삶, 친구를 위해 목숨을 아낌없이 십자가에 던지고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자신을 희생하던 그 예수의 농도 짙은 사랑과 인정, 이것이 바로 삶의 길이라는 의미다.
다음으로 예수의 길이라고 하는 것은 그의 가르침 교훈과 설교를 의미한다. 이웃 사랑과 하느님 사랑이 동전의 앞뒤와 같이 나뉠 수 없는 불가분의 것이라는 말씀이다. 사회정의를 실현하지 않고서는 하느님을 예배한다고 하더라도 하느님을 기쁘게 할 수 없다는 가르침, 어린 소자에게 물 한 그릇 대접하는 것이 곧 하느님을 대접하는 것이라는 가르침, 그 교훈이 바로 우리 인간의 길이 되는 것이다.
구약성서에서 흔히 하느님의 율법을 가리켜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표현을 많이 했는데, 그 진정한 의미를 가르치고 재해석하고 재천명한 것이 예수 그리스도인 것이다. 그래서 요한은 예수를 로고스(Logos)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가르침은 단순한 도덕적인 교훈을 넘어서 인간을 해방하고 구원하는 복음의 가르침이요 교훈이다. 십자가 사건은 그가 인간을 구원하는 진정한 길임을 보여 준다. 그리스도교는 영광과 승리 이전에 십자가의 길이고 십자가의 도라고 볼 수 있다.
(2) 예수그리스도는 참된 길이 되신다. 이 말은 예수의 길이 보편타당한 우주적인 길이 된다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길인 것이다. 참된 길이란 또한 '유일한' 길임을 말한다. "나를 거치지 않고는 아무도 아버지께 이르지 못한다"고 선언하셨다.
이 참된 길이란 또한 '새 길'을 뜻한다. 히브리서에서 예수는 "새 길을 여셨다"고 말한다. 세상이 알지 못하던 길을 예수께서 여셨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그리스도는 새 사람, 새로운 존재, 새 피조물, 새로운 삶, 새로운 세계,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으로 가는 길을 여신 것이다. 이 참된 길은 우리를 생명으로 인도하고, 영생으로 인도하고, 유한 존재에서 초월적인 존재로 이르는 유일한 새 길이다.
(3) 예수 그리스도는 또한 살아 있는 길이다. 이 말은 예수의 길은 어떤 원칙이나 이념, 우상, 전설이나 신화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예수는 추상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2,000년 전뿐만 아니라 지금도 살아 계셔서 그분과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 우리가 참된 길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생은 우리 가운데 살아 계시고 지금도 역사하신다는 것이다. 그는 새로운 하늘, 새 땅을 향해 지금도 계속 행하고 있는 길이다.
성서적으로 보면 우리는 갈 길을 모르고 방황하는 양들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빛으로, 길로 오셔서 우리를 삶으로, 구원으로 인도하신다. "나는 길이다"라고 하신 그분 자신이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 날도 나는 내 길을 가야 한다'고 말씀하시고 묵묵히 그의 길을 가셨다.
그는 또 "각 사람은 자신에게 운명 지어진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시고 앞장서서 가셨다. 우리들은 그의 분부를 따라, 길 자체이신 그분의 뒤를 따라 우리의 길을 가야 할 것이다. 끝으로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에 나오는 글 한 대목을 소개하고 싶다.
"그리스도인은 십자가에서 도망칠 수 없다.
십자가를 피한다면
그 사람은 이미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가 아니다.
그리스도인은
밖으로 도망쳐도 거기에 십자가가 있고,
안으로 숨어도 거기에 십자가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위로 올라가도 십자가가 기다리고 있고
밑으로 파고 들어가도 십자가가 있을 것이다."
박철 목사
탈핵부산시민연대 상임대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