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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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란 무엇인가
  • 토머스 머튼
  • 승인 2020.02.11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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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머튼의 삶과 거룩함/신앙의 삶-1: 하느님께 대한 믿음
사진출처=jeisiam.tumblr.com
사진출처=jeisiam.tumblr.com

“육적인 것”과 “영적인 것”의 차이는 감각적인 것과 영적인 것, 열정과 이탈의 차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이성적이고 이상적인 방법으로 초연하고 영적이면서도 여전히 “육적인 것에 머물러” 있을 수 있다고 신약성서는 말하고 있다(1코린 3,1-4; 요나 3,13-18). 육적인 것과 영적인 것을 구분하는 덕은 믿음으로, 그것은 우리에게 “성령 안에서” 그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는 생명을 준다. 성서의 말씀이 뜻하는 게 바로 그것이다: “정의로운 이는 믿음으로 산다.” 여기서 말하는 정의란 하느님과의 일치로 인해 솟아나는 거룩함이며 하느님의 아들로서 갖추어야 할 적절한 덕들로 표현되는 거룩함이다(갈라 5,6).

믿음에 의해 그리스도는 우리 삶 속에서 “하느님의 힘”으로 표출된다. 오직 믿음으로써만 우리는 그리스도와 그분의 교회를 우리의 구원자로 받아들일 수 있다. 믿음이 없으면 사람은 이름뿐인 그리스도인일 뿐이다. 그 사람은 그리스도의 몸의 일부로서가 아니라 사회의 한 기관, 종교 기구로서의 교회에 속해 있는 것일 뿐이며 그리스도인으로서 지켜야 할 보편적인 규범들에 대해서도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 아닌, 그것의 내적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공동체에 받아들여지기 위한 최소한의 선행만을 행한다. 그리스도께서는 믿음과 인간적인 존경 사이에 확연한 갈등이 존재함을 분명히 말씀하셨다: “너희는 서로 영광을 주고받으면서도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께서 주시는 영광은 바라지 않으니 어떻게 나를 믿을 수 있겠느냐?”(요한 5,44).

믿음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라면, 그것의 참된 성격은 어떤 것일까? 믿음이란 교회의 권위가 우리에게 가르친 몇 가지의 교리를 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하는가? 그것 이상이다. 믿음은 당연히 교리상의 진리를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지만, 그것에만 국한된다면 충분치 않을 것이다. 단순히 따르는 것, 자신의 판단까지도 내놓는 것이 믿음의 전부는 아니다. 그것은 단지 믿음의 단면일 뿐이다.

지난 5세기 동안 교리 해석을 둘러싼 혼란과 분파간의 갈등으로 교회가 교리에 대해 그 권위로 내린 정의는 그리스도인들의 삶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지나친 강조 때문에 잘못된 관점을 가져서는 안될 것이다. 믿음은 특정 진리에 대해 묵묵히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 자체이신 분, 말씀이신 하느님께 우리 전 존재를 바치는 것이다.


[원문출처] <Life and Holiness>, 토머스 머튼 
[번역문 출처] <참사람되어> 200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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