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기도의 마술적인 힘: 홀로 있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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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기도의 마술적인 힘: 홀로 있기 위하여
  • 로버트 엘스버그
  • 승인 2020.02.06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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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엘스버그의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 성인들] -고요히 머무는 것을 배우기(3)
사진출처=summitdominicans.org
사진출처=summitdominicans.org

최근에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선불교 등 동방의 종교적 실천방법에서 영감을 받고 있으며, 그것이 각자의 신앙과 아무런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선불교의 특징은 조용하게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훈련이 요구된다. 선 수행자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서 그들의 호흡에 주의하며, 마음의 집중을 지향한다. 마음의 집중이란 현재에 충만하게 살아있는 깨우침, 자각을 뜻한다.

고대 불교경전인 “홀로 있기 위한 더 나은 길을 익히기”는 붇다와 테라라는 스님 사이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테라에게 삶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붇다는 그에게 “홀로 있는 더 나은 길”을 가르친다. 그것은 “과거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미래가 아직 오지 않았으며, 욕망으로부터 자유롭게 현재의 순간에 편안히 머무는 길이다. 사람이 이렇게 살아갈 때, 더 이상 마음 속에 주저함이 없다. 사람은 모든 불안과 초조, 회한을 버리며, 모든 욕망의 굴레를 놓아버리고, 그를 자유롭지 못하게 방해하는 족쇄들을 끊어버리게 된다.”

이 경전의 의미는 단순히 다른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있는 것은 아무 의미나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가 홀로 있어도 갈등을 일으키는 생각들과 욕구들에 동요할 때는 더욱 그렇다. 신체적으로 조용하게 앉아있는 행위가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오려면, 그에 상응하는 내적인 고요함이나 정적이 함께 있어야 한다.

초기 사막의 은수자들도 이와 똑같은 주제를 다루었다. 평화와 고요를 찾아 사막으로 갔던 사람들은 그곳에서 “악마들”의 군대로부터 창피를 당했을 뿐이다. 모든 분노, 참지 못함, 그리고 질투, 시기가 세상에서 피해간 그들을 동행했다. 동방종교와 만나기 훨씬 전에 이 그리스도교의 영적 탐구자들은 그들 자신의 “홀로 있기 위한 더 나은 길”을 고안했다. 사막의 교부들은 거룩한 성구나 예수의 이름을 되풀이 하면서 마음을 집중한 기도의 실천을 개발했다. 이러한 실천은 내적인 기도와 하느님 안의 휴식을 구하는 영적인 훈련으로서 “정적, 침잠”을 목적으로 삼았다.

침잠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항상 기도하라”는 바오로의 권고를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항상 기도하라”는 문자 그대로 번역하자면, “와서 쉬어라”는 의미였다. 예수의 이름이나 예수 기도(“주 예수 그리스도님,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이시여, 죄인인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를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때때로 호흡의 리듬과 맞추기도 하면서 수도승들은 영적인 실제에 최고로 집중하는 상태에 들어갔다.

그러한 상태에 이르면, 성령께서 그들을 통하여 기도하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아토스 산의 그리스 수도승인 그레고리오 팔라마스 성인(1359년 사망)은 이 방법의 가장 유명한 대가인데, 그리스도인은 이 기도를 통하여 거룩한 본성을 붙들게 되고, 바위 위에서 마음대로 움직이는 로프처럼 자유롭게 세상적인 집착으로부터 해방되어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이러한 침잠(정적)의 영성에 관한 주요자료들이 수세기 동안 수집되어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되었다. 이 책의 현대판에 의하면 그것은 “깨우침에 이르는 길을 보여주고, 주의와 의식을 개발하는 것이며, 거룩함의 표지인 마음집중의 상태를 취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1700년대에 그리스어로 처음 출판되었고, 다음세기 초에 슬라브어로 된 책이 모스코바에서 나왔다. 이 책은 러시아의 현대 영성 고전서 중의 하나인 <순례자의 길>에 영감을 주었다.

<순례자의 길>은 1884년 모스코바에서 처음으로 출판되었는데, 19세기 중반에 러시아 전역과 시베리아를 걸어서 횡단하는 환상적인 여정을 수행했던 익명의 농민 출신 순례자의 체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을 한 거룩한 수도승으로부터 소개받았다. 그는 수도승에게 바오로사도가 끊임없는 기도라고 말한 것의 설명을 요청하였다. 수도승은 그에게 하루 3천 번씩 예수 기도를 되풀이하는 것으로 시작해 보라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꽤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수 주간이 지난 후 순례자는 6천 번씩 하게 되고, 이어 하루에 만 이천번씩 하게 되었다. 그는 이렇게 썼다.

“나의 온 갈망은 한가지에만 집중되었다. 예수의 기도를 하는 것이었다. 기도를 계속하자마자 나는 기쁨과 해방으로 가득 찼다. 마치 나의 입술과 혀가 나로부터 어떤 자극도 받지 않고, 전적으로 그것들 스스로 기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하루를 큰 만족 속에서 지낸다... 마치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기도는 그가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 한결같은 친구가 되었고, 그는 고독의 길을 계속해 갔다. 점차 그는 기도가 그의 입술에서 마음으로 옮겨가는 것을 느꼈다. 이 시점에서 그는 더 이상 말을 되풀이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이제 기도는 그의 호흡, 그리고 그의 가슴의 박동과 일치되었다.

삶의 가난과 시련에도 불구하고, 순례자는 그의 끊임없는 “마음의 기도”를 통해서 세상을 영광의 빛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그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느꼈을 뿐만 아니라, “바깥세계 전체도 매력과 즐거움이 넘치게 보였다. 모든 것이 나를 사랑으로 이끌어 하느님, 사람들, 식물들, 동물들에게 감사했다. 나는 그들 모두를 마치 피붙이처럼 보게 되었고, 그들 모두에게서 하느님의 이름이 지닌 마술적인 힘을 발견했다.”

예수 기도를 되풀이하면서 얻게되는 내적인 침묵은 세상과 그 움직임으로부터 물러서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이 더 투명하게 보인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간에 모든 것은 그에게 하느님을 말해준다. 모든 얼굴은 그에게 그리스도의 모습을 반영해 준다. 결과는 커다란 행복이고, 그는 열정을 다해 만나는 모든 사람과 그 행복을 나눈다.

 

로버트 엘스버그 /1955년 미국 잭슨빌에서 태어났다. 존재의 의미와 참된 삶에 이르는 길을 찾던 그는 하버드 대학교를 다니다 2학년을 마치고 1975년 도로시 데이와 함께 5년 동안 일했다. <가톨릭일꾼> 신문 편집장으로 활동하다 1980년 가톨릭으로 개종했으며, 모교로 돌아가 종교와 문학을 공부한 후 라틴 아메리카에서 변화된 가톨릭교회 모습을 체험했다. 도로시 데이의 작품집을 냈으며 하버드 신학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면서 1학년을 가르쳤다. 1987년 신학박사 과정을 마치고 메리놀 수도회 Orbis 출판사 편집장이 되었다. 지은 책으로 <모든 성인들>과 <모든 여인 가운데 복되도다> 등이 있다. 도로시 데이 시성식 추진위원회와 헨리 나웬 재단 위원이며, 현재 세 자녀와 함께 뉴욕 주 오시닝에 살고 있다.

이 글은 2003년, 미국 메리놀 출판사가 발간한 <The Saints' Guide to Happiness>(Robert Ellsberg)를 <참사람되어> 2005년 3월호에서 편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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