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묵상
-닐숨 박춘식
경계를 벗어난 대나무를 자르면서
잎이나 단단한 줄기 모양이 단순한데도, 왜
지겹다거나 보기 싫다는 느낌이 없을까요
그것 참, 한참 생각해봅니다
대나무 잎보다 더 우아하다는 그림은
가끔 방향을 돌려 다르게 보려고 하는데
늘 보는 대나무는 어찌 부족함이 안 보일까요
거참, 신기하다며 소주 생각이 꼬물거리는 동안
대나무들이 하늘에게 손사래 치는 모습이
그것도 모르는 어벙한 노인에게
응답할 단어가 없다는 의미처럼 보입니다
<출처> 닐숨의 미발표 시(2020년 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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