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숨의 시 한 편
세대가 한참 지나면
-닐숨 박춘식
서너 세대 흘러간 어느 해, 11월 2일
죽은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
드론으로 납골함을 제단 밑에 그득히 모시고
노 사제가 더듬거리며 미사 올리는 모습 -
그럴 수도 있으리라 상상합니다
우리가 4대 조부모 되어 납골당에서 기다리는 중
드론 택배로 손자 집 거실에 들어갔는데도
기도 책 대신, 2019년 어느 잔칫날 비디오를
멍하니 보는 후손들 모습에 허망함을 - 상상합니다
훗날의 위령 성월은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검은 리본의 드론들이 윙윙하리라 - 상상합니다
<출처> 닐숨의 미발표 시(2019년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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