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거절 당하는데 익숙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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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 거절 당하는데 익숙한 사람들
  • 마크 H. 엘리스
  • 승인 2019.11.04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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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일꾼공동체에서 보낸 1년-12월 10일

[12월 10일] 지난 밤 10시쯤에 벨이 울렸다. 그 이전에 미사가 한 시간 동안 있었고 1층에는 거의 사람이 없었다. 나는 뒤에서 마지막 접시들을 닦고 있었는데, 문을 열어 보았더니 아무도 없었다. 문을 닫고 돌아서자 레슬리가 보였다. 레슬리는 스프를 먹으로 오곤 했었는데 웃통을 벗은채였다. 나는 눈길을 돌렸고 레슬리는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옷을 갈아입는 중이었는가 보다. 난 목욕탕에 가서 마저 갈아입으라고 하였다.

레슬리는 40대 중반에 들어섰고 치마나 바지를 입는 대신 다리 주변을 스웨터나 셔츠로 감고 다닌다. 특히 얼굴이 항상 더러워서 난 셔츠단추를 똑바로 채우고 옷을 잘 입으라는 등 소리를 하곤 했다. 목욕실에 들여 보낸 뒤 몇 분 지나 문을 두들기고 이제 대문을 잠궈야겠다고 말했다. 레슬리는 나와서 가방 두 개를 들고 말했다. “고마워요” 그리고 나서 밖으로 나갔다. 그에겐 집이 없다. 어디서 자는지 궁금하다.

지난 주간 내내 한 열 사람에게 우리집엔 잘 자리가 없다고 말해야 했다. 그러면 어떤 사람은 그냥 어깨를 으쓱하고 다른 자리를 찾아 떠난다. 그들은 그렇게 거절 당하는데 익숙해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다른 곳의 잠자리를 소개해 달라고 한다. 그들은 알아볼 곳이 없다. 레슬리 같은 밤의 사람들은 갈 곳도 없이 환대의 집을 떠난다.

거리를 걸어 가면서 한가지 볼 수 있는 것은 이렇게 소외되고 낙오된 사람들이 어떻게 먹고 어떻게 잠자리를 마련하는가이다. 거리는 당신과 그 사람들 사이에 어떤 떨어짐을 허용한다. 그런데 그 사람들 자신과 그들의 상황에 대하여 아는것, 혹은 개인적으로 어떤 도움을 그들에게서 요청 받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이틀밤 전에 한 어머니와 그의 두 어린 아이들이 잘 곳을 찾아 왔었다. 그들은 가톨릭 사회 복지회가 보내서 왔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에게 잠자리를 줄 수도, 다른 곳을 추천할 수도 없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매일 세끼를 이곳에 와서 먹을 수 있다고 말했으며 잠자리를 줄 수 없어 미안하다고 했다.

 

마크 H. 엘리스 / <피터 모린; 20세기에 살다 간 예언자>의 저자. 엘리스는 미국 텍사스 베일러 대학에서 유다학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유다학을 가르치다 은퇴하였다. 그는 스무 권 이상의 책을 쓰고 편집했다. 그의 대표작은 <해방의 유다신학>, <거룩하지 않은 동맹>, <우리시대의 종교와 포악성>, <예언의 미래: 고대 이스라엘 지혜의 재현> 등이 있다. 그는 유대인이면서도 유대극우주의의 강력한 비판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스라엘의 미래를 팔레스티나와의 평화로운 연대에서 찾고 있다. 최근에는 <불타는 아이들: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유대적 관점>(2014), <추방과 예언: 새로운 디아스포라의 이미지>(2015)를 저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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