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조희선
가을엔
그저 바라만봐도 좋을 그런 사람 하나 챙겨두고 싶다.
온 지천이 겨울 채비를 서두르는 이때쯤이면
나도 긴 겨울,
동굴 속에 은밀히 감춰두고
가끔씩 들여다볼 그리움 하나 마련하고 싶다.
한여름 지난 뜨거운 사랑에
아직도 매케한 연기,
그조차도 아껴 아껴
내 숲 그늘 태우고 싶다.
작은 불씨 하나도 곧 소중해질 그 겨울이 오기 전에.
조희선
시인. 청주 거주. <거부할 수 없는 사람>,
<타요춤을 아시나요> 등 시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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