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나웬이 기억하는 토머스 머튼 그리고 [삶과 거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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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나웬이 기억하는 토머스 머튼 그리고 [삶과 거룩함]
  • 토머스 머튼
  • 승인 2019.10.2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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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머튼의 삶과 거룩함/헨리 나웬의 서문-1996년 판(版)에 부쳐

<삶 그리고 거룩함>을 토머스 머튼은 삼십 여년 전에 집필하였다. 이 책에서 그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직선적이고, 명쾌하고, 지적이며 매우 설득력 있게 기술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겟세마니 수도원을 잠시 방문했을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를 만났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는 명철한 사람의 인상이 풍겼다. 직선적이고, 개방적이었으며, 감상에 젖지 않고 눈은 항상 반짝거렸다. 머튼은 그런 사람이었다. 이 책도 그러하다.

나는 자주 :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책을 권해야 할까” 고민했었다. 이 책이야말로 적격이다. 이 책은 학설이나 교리가 아닌 그리스도 안에서의 삶을 보여준다. 책 제목이 <그리스도, 모든 것의 중심>으로 바뀌어도 될 뻔했는데, 그 이유는 머튼이 삶과 거룩함을 이야기할 때면 언제나 그리스도를 그 중심에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말하기를: “... 신앙은 그리스도가 아닌 모든 것을 거부하는 것으로 모든 삶, 모든 진리, 모든 희망, 모든 현실을 그리스도 안에서 추구하고 찾기 위함이다.” 이 책은 매우 단순하지만 철저하다. 전적인 헌신과 투신을 요구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영원하며, 지속적이고, “하느님에 속한 것”들과 접하게 되었다. 머튼의 죽음 이후 너무 많은 것이 변해 버려 단단한 대지는 우리의 발 밑에서 꺼져버리고 떠내려가는 빙판 위를 이리저리 껑충거리며 호수를 건너려는 사람들처럼 우리는 변해버렸다. 우리는 단단한 기틀이 되어 줄 수 있고, 믿을 수 있으며, 진실한 그 무엇을 원하고 있다.

머튼은 우리에게 말한다: 그 무엇이 바로 그 누구라는 것을! 당신 자신의 영, 당신의 삶, 당신의 사랑으로 우리를 이 암흑의 골짜기에서 인도하시는 분은 바로 예수이시다. 그리스도에게 철저히 촛점을 맞춤으로써 이 책은 시대의 지적인 조류에 휩쓸리지 않는 고전이 되었다. 이 책은 씌여졌던 때와 똑같이 현재에도 여전히 영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의 자서전 <칠층산>에서 머튼은 그의 친구 밥 랙스와의 대화를 적고 있다. 어느 봄날 오후 뉴욕의 육번가를 걷던 중, 밥 랙스는 갑자기 돌아서서 그에게 물었다:

랙스 : 자네는 무엇이 되고 싶은건가?
머튼 : 나도 잘 모르겠네; 아마 괜찮은 가톨릭 신자가 되는 것이겠지.
랙스 : 괜찮은 가톨릭 신자라니? ...자네는 성인(盛人)이 되고 싶다고 말했어야 하네.
머튼 : 내가 어떻게 성인이 될 수 있겠나?
랙스 : 그렇게 원함으로써.
머튼 : 나는 성인이 될 수 없네. 나는 성인이 될 수 없어.
랙스 : 성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 하나 그렇게 되길 원하는 걸세. 자네는 자네가 동의하기만 하면 하느님께서 당신이 애초에 창조하시고자 했던 모습으로 자네를 바꾸어 놓을거라는 것을 믿지 않나? 자네는 그저 그렇게 되길 바라기만 하면 되네.

머튼은 친구가 제시한 그 도전의 위력을 깨달았다. 세월이 흘러, 그가 트라피스트 수사로서 이십육년간 생활한 후, 그는 성인이 되기 위한 기본적이고 매우 실용적인 내용의 책을 집필하였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쓰고 있는지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의 글에는 겸손과 확신, 부드러움과 힘, 유머와 지혜가 배여 있다.

머튼은 이십칠년 전에 죽었다. 그의 친구 밥 랙스는 현재 파트모스에 살고 있다. 밥이 이 책을 본다면 감사의 미소를 짓고 아주 오래 전 톰과 함께 걸었던 기억을 되새길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헨리 J. M. 나웬

1996년 토론토에서

 

[원문출처] <Life and Holiness>, 토머스 머튼 
[번역문 출처] <참사람되어> 200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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