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없는 곳에 사랑을 놓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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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없는 곳에 사랑을 놓으십시오
  • 마크 엘리스
  • 승인 2019.10.09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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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일꾼공동체에서 보낸 1년-11월 28일

[11월 28일] 오늘 아침 존이 나를 깨우며 빨리 아래 층으로 내려가 보라고 했다. 나는 허겁지겁 바지를 주워입고 아래층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내가 도착했을 땐 이미 긴급상황이 끝나고 있었다.

아침식사용 컵과 사발이 가득 놓여있는 두 식탁이 엎어져 있었고, 곱슬머리의 건장한 스페인 남자인 알렉스가 잠옷을 아무렇게나 입고 머리를 리듬있게 발작적으로 움직이면서 방안을 왔다갔다하고 있다.

그러면서 마가렛에게 손가락질하며 되풀이 소리치고 있다. “화냥년아, 입닥쳐. 내말 안 들려? 아무도 나를 가둘 수 없어. 미친년 같으니라구!” 그런 와중에서도 마가렛은 여전히 스프를 젓고 있다. 알렉스의 흥분이 가라앉은 후 마가렛은 식탁 가까이 가서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며 그와 말하기 시작했다.

알렉스는 40대인것 같다. 때때로 산보하는 것 이외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평생동안 10평방피트 안에서 살고 있다. 4층 바로 앞이 알렉스의 집이다. 의자 하나가 있어 낮에는 앉아지내고 밤에는 식탁위에서 잔다. 한 주일에 한 번씩 폭발하는데 전혀 그 마음이 어떤지 알 수가 없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그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그가 일꾼가족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뿐이다. 그러니까 지난 밤 모임의 중심주제가 생각난다. 그것은 복음이었다. 진이 이렇게 말했다.

“복음에 매달리는 것만큼 우리는 진리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가톨릭일꾼운동의 잣대이다. 애덕활동은 개인의 희생으로 치루어진다. 공동체는 모두가 창조해내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폭력과 병에 대한 앙갚음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들을 나대신 처리해달라고 누구를 고용할 수도 없다. 일꾼공동체에서 용서란 상투적인 것도, 이상도 아니다. 그저 실제일 뿐이다. 십자가의 성요한은 이렇게 말했다. “사랑이 없는 곳에 사랑을 놓으십시오. 그러면 사랑을 발견할 것입니다.”

 

마크 H. 엘리스 / <피터 모린; 20세기에 살다 간 예언자>의 저자. 엘리스는 미국 텍사스 베일러 대학에서 유다학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유다학을 가르치다 은퇴하였다. 그는 스무 권 이상의 책을 쓰고 편집했다. 그의 대표작은 <해방의 유다신학>, <거룩하지 않은 동맹>, <우리시대의 종교와 포악성>, <예언의 미래: 고대 이스라엘 지혜의 재현> 등이 있다. 그는 유대인이면서도 유대극우주의의 강력한 비판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스라엘의 미래를 팔레스티나와의 평화로운 연대에서 찾고 있다. 최근에는 <불타는 아이들: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유대적 관점>(2014), <추방과 예언: 새로운 디아스포라의 이미지>(2015)를 저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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