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성인] 안네 프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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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성인] 안네 프랑크
  • 김신윤주 역
  • 승인 2016.06.14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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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일 생, 홀로코스트의 증언자

“한 어린 소녀의 영혼이 그토록 많이 나아갈 줄 어느 누가 생각이나 해봤을까?” 

인류의 암흑기에 위대한 선물을 지닌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인류애의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보살피고 유지하며 어둠은 끝이 아니라는 것을 증거했다.

안네 프랑크

안네 프랑크(Anne Frank, 1929– 1945). 홀로코스트라 불리는 유태인 학살 기간 동안 사망한 유태인 소녀 안네 프랑크도 바로 그들 중 하나였다. 유태인이 없는 유럽을 꿈꾸던 나치에 의해 그녀의 생명은 열다섯 살에 끝났다. 그러나 안네의 불빛은 그녀의 꿈을 이루며 여전히 밝게 타오르고 있다. “나는 내 죽음 이후의 삶에서 살고 싶어.” 라는.

앤의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그녀는 나치의 점령기간인 1929년 6월 12일에 네덜란드에서 태어났다. 앤의 가족과 반 담 가족은 암스테르담 한 가운데에 있는 그녀 아버지 사무실의 ‘비밀 별관’을 은신처로 삼았다.  그들은 세상과 격리된 채 그곳에서 2년 동안 숨어 지냈다.

은신처 밖으로는 절대 나가지 못하고 하루종일 숨을 죽인 채로, 은밀히 생필품과 바깥세상의 뉴스를 전해주는 독일 친구들의 도움에 의지하여 살아갔다. 은신처로 숨어든 1942년 7월에 앤은 13살이었다. 그녀는 학교의 교과서들과 소중한 보물인 헐리우드 스타들의 스크랩북, 그리고 13살 생일 선물로 받은 일기장을 가져왔다.    

상상 속의 친구인 ‘키티’에게 일상의 면면을 전하며, 앤은 숨어 지내는 동안 꾸준히 일기를 썼다. 이 일기는 전쟁이 끝난 후 출판이 되었고 그 즉시 홀로코스트의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유산 중의 하나로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작가로서의 일반적이지 않은 재능과 개인적인 인성의 비범한 자질 때문에라도, 그녀의 글은 그 자체가 문학적 고전이자 20세기의 위대한 도덕적 글 중의 하나로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   

앤이 일기를 쓰면서 견지하려 한 것은 단순한 소일거리가 아니라 하나의 의무, 할 수 있는 한 가장 정확한 표현으로 그녀의 경험과 느낌을 전하겠다는 하나의 책무였다. “나는 쓰고 싶어. 그러나 그것에서 더 나아가, 내 마음 깊은 곳에 묻혀서 누어있는 모든 것들을 끌어내어 펼치고 싶어.”라고 일기의 앞부분에 적었다.

앤은 놀라운 필력으로 은신처에 있는 사람들의 성격들과 그곳의 분위기, 갇혀있는 중압감과 비좁고 답답한 장소, 그리고 삶을 이끌어갈 용감한 노력들에 대해서 묘사한다. 모든 일들은 마음의 밑에 깔린 두려움과 계속되는 발각의 위험을 배경으로 벌어졌다.
 
"나는 은신처에 사는 우리 여덟 명이 육중한 검은 비구름에 둘러싸인 작은 파란 하늘 조각처럼 보여. 우리가 서 있는 둥글고 뚜렷한 윤곽의 공간이 아직까지는 안전하지만, 구름이 우리 주위로 빽빽이 모여들고, 다가오는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격리시켜 주는 그 원은 자꾸만 좁아지고 있어."

이 일기 대부분이 일상의 고민들과 숨어 사는 어린 소녀의 소소한 즐거움들을 명민하게 기록한 연대기이다. 그러나 또한 거기에는 역경에 맞서서 신앙과 삶의 의미를 찾는 앤의 어린이답지 않게 탁월하고 깊은 성찰들이 담겨 있다. 

"두려운 사람, 외로운 사람, 불행한 사람. 이러한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묘약은 바로 밖으로 나가는 거야. 어딘가 혼자가 될 수 있는 장소, 넓은 하늘과 자연과 하느님만이 있는 장소에 가야 해. 그래야 하느님이 바라는 건 만물이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여 인간이 자연의 소박한 아름다움 속에서 행복을 누리는 것임을 비로소 느끼게 될 테니까. 이런 자연이 존재하는 한, 어떤 환경에 처해 있더라도 모든 슬픔에 대한 위안을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 나는 생각해." 

침대에 누운 채로, 그녀는 밤 기도의 마지막에 이 말을 더하곤 했다. “하느님, 이 모든 좋은 것,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것들을 주신 당신께 감사드려요. ... 저는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어요. ... 저는 모든 끔찍한 것들이 아니라 아직 남아있는 아름다움을 생각해요.” 한편으로는 그녀가 숨어있는 공간 너머에서 벌어지는 수색 작업들에 대한 공포를 드러내면서, 일기는 또한 앤의 인성이 신비스럽게 개화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에 발아하여 미래와 세계 안에서 이루어야 할 과업이 주어진 한 사람으로 그녀는 스스로 성장해갔다.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고, 목표와 뜻이 있고, 종교와 사랑을 지녔어. 나를 내 자신으로 있도록 내버려둬 줘. 그것이면 난 만족해. 나는 내가 여자, 그것도 내면에 강함과 풍부한 용기를 지닌 여자라는 걸 알아. 만일 하느님께서 나를 살려주신다면.... 나는 내 삶을 하찮게 보내지 않을 거야. 난 인류를 위해 이 세상에서 일 할 거야! 그래서 지금 나에게 가장 먼저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용기와 낙관이란 걸 알아." 

죽음의 선고 밑에서 살아가는 이 14살 소녀처럼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미덕 ‘용기와 낙관’을 쉽게 정의한 사람은 드물다.  1944년 8월, 앤의 15번째 생일이 지나고 얼마 되지 않아 은신처는 누군가의 배신으로 발각되었다. 체포된 8명의 거주자들은 죽음의 수용소들로 뿔뿔이 흩어졌고, 훗날 오로지 앤의 아버지인 오토 프랑크만이 살아남아 암스테르담의 그 낡은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아내는 1945년 1월에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앤과 그녀의 언니 마고는 3월 초에 베르겐 벨젠 수용소에서 영양실조와 장티푸스로 죽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앤이 살아서 돌아오기만을 기원하며 이웃의 벗들이 사랑으로 몰래 간직하고 있던 딸의 일기장을 전해 받는다.

그녀의 죽음에 비춰보자면, 오토 프랑크가 앤의 일신상의 비밀들과 숨어 지내는 삶의 세세한 가정사들을 읽는 일은 극도로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엄마와의 언쟁들, 걱정스러운 공부, 반 담의 10대 아들과 로맨틱한 행복이 가능한지 우려하는 등의 소녀다운 기록들은 그를 딸의 일기가 삶의 가치와 희망의 미덕을 심오하게 증언하고 있음을 깨달은 첫 번째 사람이 되게 했다. 그녀가 체포되기 몇 일전에 쓴 글은 그 운명의 불빛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정말 사람들의 마음이 착하다는 것을 믿어. ... 나는 점점 황무지로 변해가는 세계를 보고 있어. 점점 다가오는 우리를 파괴할 천둥소리도 들려. 나는 수백만의 고통을 느낄 수 있어. 그렇다 하더라도 말이야, 하늘을 올려다보면 나는 그것들이 모두 잘 될 것이라 여겨져. ... 그 사이에, 나는 내가 꿈꾸는 이상들을 잘 지켜야만 해. 언젠가 그것들을 세상에 펼칠 수 있는 시간이 올 때를 위해서."

 

[역자] Shine Shin-Kim, 김신윤주 수산나.
아티스트, 작가. 2013 년 뉴욕에서 대중참여예술인 원하트 프로젝트 시작, 뉴욕과 한국을 오가며, 한반도의 평화, 물신주의와 신자유주의, 인권, 사회 정의 차원에서의 위안부 문제 등을 다루며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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