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한가운데서 하느님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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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한가운데서 하느님을 기다린다
  • 마크 엘리스
  • 승인 2019.09.01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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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일꾼공동체에서 보낸 1년-11월 27일

[11월 27일] 오늘 아침 스프 끓이는 일을 돕고나서 난 어제 다시 정신병동에 입원한 데이브를 만나러갔다. 벨을 누르고 검사받은 후 나는 그 병동의 대합실로 들어갔다. 그곳은 이상한 세계같았다. 홀을 지나가는 사람들 가운데 환대의 집에 자주 오는 세 사람을 알아보았다. 음악이 시끄럽게 울리고 있었고 데이브가 나타났는데 약에 취해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는데 모두가 심하게 약에 취한 것 같았다. 이게 치료일까?

오늘밤 7시 30분에 봉사자모임이 있다. 모임은 성공적이었다. 마침내 나는 봉사자들에 대하여 조금 알게 되었다. 제프의 아파트에서 모임을 했다. 그의 아파트는 일꾼 집 건너편에 있다. 우리는 가파르고 나선형인 희미한 불빛의 층계를 올라가 오층 아파트에 도착했다. 그 아파트는 빈민가이다.

어둑침침한 복도, 한 방에 다섯 여섯 사람이 함께 살고 항상 폭력의 두려움이 있다. 대부분의 거주민들은 푸에르토리코사람들이다. 여섯 사람이 모두 모였을 때 우리는 방바닥에 앉았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믿을 수 없게 조용한 사람들이다. 성급한 호기심에 내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우리 서로를 소개할 수 있을까요? 난 여기 석달이나 있었는데 거의 아무도 모릅니다.” 그리고 나서 내가 알게 된 사실은 다음과 같다.

샤론은 28살이고 보스턴에서 자랐다. 자기는 아주 보수적인 가톨릭이고 아일랜드계이며 가난하다고 소개한다(그는 공공시설에서 자랐다). 대학을 졸업한 후 그는 선생으로 일했는데 어떤 공허함을 느꼈다고 한다. 게다가 14살때부터 <가톨릭일꾼>신문을 읽어왔던지라, 도대체 일꾼집이 어떤 곳인지 알고 싶어 왔다. 그게 3년전 일이었다.

샤론은 기지가 넘친다. 그리고 겁이 없다. 그는 자신의 진리에서 한치도 양보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간다. 가난의 생활을 살아간다. 그의 아파트는 제프집 건너편 인적이 드문 곳에 있다. 어둡다. 샤론은 혼자 살고 있는데 손님이 없는 때가 없다. 지난 석주일 간은 한 가족 세 사람이 그의 아파트 다른 방에 머물고 있다. 그가 입은 옷은 모두 기증받은 것들이다. 그는 아파트세를 내기 위해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샤론은 독신이다. 가난한 이들 사이에서 살고 일하며 하느님을 기다리고 있다.

제프는 일꾼집에서 살기에는 너무 어린 19살밖에 안되었다. 너무 조용하기 때문에 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는 중키쯤 되고 마르고 곧은 갈색머리를 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은 낡은 운동화를 꺾어 신고 있다. 제프는 2년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장 이곳에 왔다. 기타사항: 그의 부모는 오하이오에 살고 있는데, 가끔씩 수주일 간 긴 여행을 하곤 한다. 거의 웃을 때가 없고 아주 거칠다. 제프는 통찰력이 뛰어나고 집에서 레이와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젊고 심각하고 재미있는 친구다.

마가렛은 26살이다. 키가 크고 긴 갈색의 머리를 뒤로 빗어넘겨 항상 스카프로 감추고 있다. 뉴욕의 가난한 노동자 부모에게서 태어났고, 샤론처럼 자신이 날 때부터 신자이고 매일 미사에 간다고 설명한다. 마가렛은 조용하고 단호한 사람이지만 항상 농담을 주고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는 석사학위를 갖고 있으나, 전에 2년쯤 아이들을 가르친 것 이외에는 일꾼공동체에 온통 힘을 쏟고 싶어한다. 아파트세를 내기 위해 때때로 임시교사 일을 하기도 한다. 그는 사람들을 일꾼 집에서 쉽게 밀어내고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영감이 풍부한 사람이다. 마가렛은 성령을 읽고 성령에 따라 살아가고 있다.

스티브는 26살이고 키가 작고 다부지다. 안경을 끼고 대머리이다. 그는 일종의 명상하는 분위기를 풍기고 사람들 속에서 도스토예프스키, 카프카, 시몬 베유를 읽는다. 스티브는 유럽에서 자라났고 미국에 돌아와 행정 전공으로 뉴욕대학을 졸업했다. 졸업후 군대 입대를 거부하고 캐나다로 가서 2년 있다가 다시 돌아와 2년동안 군대에서 의무병으로 복무했다. 스티브는 대학시절이 혼란스러웠고 군대에 가기로 결정한 것은 일종의 정리와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한다. “난 무엇이 옳은 것인지 몰랐어요”

그는 용서를 잘하는 사람이다. 이틀 전에 스티브의 얼굴을 치고 있는 사람과 그 사이에 내가 끼어들었을 때에도 그는 그 남자에게 며칠동안 오지 말라고 얘기했을 뿐이다. 스티브는 내 어깨를 붙잡고 너무 거칠게 나오지 말라고 했다. 그 사람은 피곤하고 배고프고 하니까 비난할 수 없다고 했다. 한 시간이 지난 후 그 사람이 다시 왔을 때 다리가 피투성이었다. 나는 문가에 앉아 거의 얻을 수 없는 조용한 시간을 즐기고 있었는데, 돌아다보니 스티브가 그 남자의 넋두리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기도하는 것처럼 조용하게 그 사람의 발을 씻어주고 있었다.

 

마크 H. 엘리스 / <피터 모린; 20세기에 살다 간 예언자>의 저자. 엘리스는 미국 텍사스 베일러 대학에서 유다학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유다학을 가르치다 은퇴하였다. 그는 스무 권 이상의 책을 쓰고 편집했다. 그의 대표작은 <해방의 유다신학>, <거룩하지 않은 동맹>, <우리시대의 종교와 포악성>, <예언의 미래: 고대 이스라엘 지혜의 재현> 등이 있다. 그는 유대인이면서도 유대극우주의의 강력한 비판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스라엘의 미래를 팔레스티나와의 평화로운 연대에서 찾고 있다. 최근에는 <불타는 아이들: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유대적 관점>(2014), <추방과 예언: 새로운 디아스포라의 이미지>(2015)를 저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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