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일꾼운동, 골목 끝에서 다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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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일꾼운동, 골목 끝에서 다시 출발
  • 한상봉 편집장
  • 승인 2019.08.18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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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자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도로시 데이와 피터 모린이 가톨릭일꾼운동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가톨릭일꾼> 신문을 만들고 ‘환대의 집’을 열었습니다. 처음엔 도로시 데이의 좁은 아파트가 편집실이면서 동시에 환대의 집이었습니다. 거실 한편에선 신문을 편집하고, 주방에선 스프와 커피를 끓여서 날랐을 것입니다. 피터는 버릇처럼 서성거리며 낡은 사회에서 ‘더 선해지기 쉬운 사회’에 대한 성인들의 비전을 이야기하고, 도로시 데이는 신문기사 내용을 생각하면서, 손으론 음식을 장만했을 것입니다. 두 사람이 ‘세상을 구하자’고 빈손으로 시작한 가톨릭운동입니다. 1933년에 해프닝같이 시작된 이 운동이 지금도 계속되고, 미국인들의 영혼을 하느님의 자비로 이끌고 있습니다.

도로시 데이는 창립 초기였던 1934년 2월 일기에 이렇게 쓰고 있지요. “우리네 생활은 하루하루가 기적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떠오르는 태양은 이른 아침 도시의 뿌연 안개를 헤치며 동부 1번가 끄트머리에서 떠올라 미사 참례를 가는 나에게 새벽인사를 건넨다. 마치 내 마음을 높이 들어 올려주는 하나의 기적과도 같이. 문득 데레사가 두 살 때 작곡하고 부른 노래를 떠올려 본다.

"노래를 부르네,
작은 집 위로 비추는 햇살의 노래를.
햇빛은 그 작은 집에게 주는 선물이지요."

이 기적 같은 날 쓰여진 도로시의 일기는 이렇게 이어져 있어요. “지금 우리의 금고는 텅 비어 있다. 신문을 묶을 끈과 발송할 우표를 사기 위해 마지막 남은 푼돈을 긁어모았다. 구독료로 받은 25센트로는 겨우 저녁거리를 살 수 있을 뿐인데, 우리 앞에 놓인 인쇄소에서 보내온 청구서는 1백 65달러짜리다. 우리는 이 때문에 모두 기분이 저기압이다.”

그 즈음 친구들이 재정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신문을 통해 수익사업을 벌여야 한다고 충고한 모양입니다. 이때 도로시 데이는 “이것은 사업이 아니라 운동”이라고 말합니다. 일꾼에 호의적인 친구들은 “사람들에게 후원해 달라고 자꾸 귀찮게 졸라대면 짜증내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허나 도로시는 아마도 ‘교회처럼’ 가톨릭운동도 빌어먹어야지 벌어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물론 요즘 교회는 벌어먹으려고 온갖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그때 도로시 데이는 루카복음의 한 대목을 떠올리며, 복음에서 권하는 방식을 따르자 했습니다.

“너희 가운데 누가 벗이 있는데, 한밤중에 그 벗을 찾아가 이렇게 말하였다고 하자. ‘여보게, 빵 세 개만 꾸어 주게. 내 벗이 길을 가다가 나에게 들렀는데 내놓을 것이 없네.’ 그러면 그 사람이 안에서, ‘나를 괴롭히지 말게. 벌써 문을 닫아걸고 아이들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네. 그러니 지금 일어나서 건네줄 수가 없네.’ 하고 대답할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 사람이 벗이라는 이유 때문에 일어나서 빵을 주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그가 줄곧 졸라 대면 마침내 일어나서 그에게 필요한 만큼 다 줄 것이다.”(루카 11,5-8)

 

도로시 데이와 가톨릭일꾼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늘 요셉 성인에게 기적을 보여 달라고 전구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우연찮게 필요한 만큼 돈이 들어오곤 했지요. 이를 두고 도로시는 “우리는 하느님께 기대는 법을 배우며 살아간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성체성사를 할 때마다 받아 모시는 면병이 ‘그리스도의 몸’이라 믿습니다.

이 어려운 교리도 믿으면서,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차려입을까?’ 하며 걱정하지 마라. 이런 것들은 모두 다른 민족들이 애써 찾는 것이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필요함을 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 6,31-33)라는 예수님 말씀을 못 믿을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어떤 일이든 하려면 돈이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공간도 필요하고 운영비와 활동비도 필요합니다. 사상가였던 피터 모린은 실천가였던 도로시 데이가 가톨릭일꾼운동의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면 늘 이렇게 말하곤 했지요. “성인들에게서 배우시오.” 하느님께서 일꾼들에게 필요한 품삯을 언제든 마련해 주신다는 믿음입니다. 그러니 기도하고, 걱정 말고 해야 할 일을 하라는 겁니다.

그리스도인이란 어쩌면 ‘불안정성’ 속에 자신을 밀어 넣는 사람들입니다. 보장된 미래와 짜여진 청사진 없이 복음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가톨릭일꾼운동에 투신하는 이들에게도 예수님은 똑같이 말씀하실 것입니다.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 폭풍우를 만난 배를 보시고 파도를 가라앉히셨던 주님을 믿는 것입니다.

 

저희도 2016년 5월 <가톨릭일꾼> 창간호를 발행하고, 그나마 돈이 적게 드는 방법을 찾아 인터넷 사이트를 무리 없이 운영하고, 지난 3년 동안 일꾼 양성 교육에 치중해 왔습니다. 이제 더 대중적이고 더 실천적인 ‘가톨릭일꾼운동’으로 나가려고 준비 중입니다. 그래서 이 일을 전담할 ‘최적의’ 상근자도 구했습니다. 비록 카페 한 귀퉁이에 책상을 하나 놓은 셈이지만 사무실도 생겼지요.

일본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단편소설을 영화로 만든 <막다른 골목의 추억>(최현영 감독, 2019)에서 주인공 유미가 우연히 들른 카페 & 게스트 하우스 ‘엔드포인트’(end-point)에서 니시야마를 만나서 들은 이야기는 “너는 그냥 그 자리에서 큰 원을 그려 나가면 돼.”였습니다. 새로운 일을 하면서, 당장에 재정적 어려움이 생겼지만, 그 골목 끝이야말로 ‘새로운 원을 그려나가는 시작점’임을 알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가톨릭일꾼의 요청에 응답해 주신 후원자들과 후원금 증액에 참여해 주신 분들, 그리고 무엇보다 일꾼운동을 물심양면으로 언제나 응원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존경과 우정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가톨릭일꾼운동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우리시대의 성인, 예언자,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월례미사, 그리고 유쾌한 공동체를 꿈꾸는 ‘일꾼의 날’ 모임에도 주저 없이 오시라고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전례] 가톨릭일꾼 월례미사

매월 두 번째 월요일 오후 7시30분, 인문카페 엣꿈에서
9월 9일 (월) 오후 7시 30분 헨리 나웬 기념미사

[행사] 가톨릭일꾼의 날

8월 24일 (토) 오전 11시-오후 6시
인문카페 엣꿈에서 먹고 놀고 이야기 나눔
초대손님: 서영남 (민들레국수집 대표)

[정기후원 신청]
https://v3.ngocms.co.kr/system/member_signup/join_option_select_03.html?id=hva82041

[후원계좌]
국민은행 638701-01-518663 / 농협 352-1189-4554-13 /예금주: 한상봉(가톨릭일꾼)

한상봉 이시도로
<가톨릭일꾼> 편집장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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