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때문에 살고 일하고 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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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때문에 살고 일하고 죽고
  • 한상봉 편집장
  • 승인 2019.08.0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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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봉의 길에서 복음묵상-1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마태 11,28-30)

Художник Анна Ермолаева
Художник Анна Ермолаева

예수님은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고 말씀하셨다. 이보다 반가운 소식은 없을 테지만, 실상 그분을 따라 나서는 길이 그리 깃털처럼 가볍지 않다. 가벼운 마음으로 따라 나선 길이 사지(死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신앙에 귀의한다지만, 제대로 신앙생활을 하자면 마음의 평화는커녕 불안을 일으키기 쉽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고 그분은 말씀하시지만, 가족들도 내 몸처럼 사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슬퍼하고 고통 받는 이웃에게 ‘벗’이 되어 주라고 하지만, 그들 곁에 머무는 일은 너무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래서 인생을 쉽게 건너가고 싶다면 신앙을 포기하는 게 나을지 모른다는 의심이 일어난다. 그래도 신앙을 지니려면, 예수님의 운명을 나누어 가질 용기를 지녀야 한다. 예수님의 부활 뿐 아니라 고난과 죽음도 내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 결심이 서면, 세상은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나 자신 뿐 아니라 세상은 여전히 슬픔과 고통에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하느님의 자비 가운데 충만한 빛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위로가 사라진 적이 없으며, 그분은 내 불안과 고통 안에서도 함께 동행하실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모든 인간은 주님의 한없는 사랑의 대상이고 주님께서 몸소 그들의 삶 안에 머무신다”고 말했다. “겉모습이 어떻든 모든 사람은 거룩하고 우리 사랑과 헌신을 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사랑’ 때문에 살고 ‘사랑’ 때문에 일하고 죽는다. 신앙이란 ‘영원한 사랑’이 나를 감싸고 있다는 확신이다. 그러니, 기쁘게 믿을 일이다, 우리 주님과 그분의 사랑을. 그 사랑 안에서 정녕 그분의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벼워진다.

 

한상봉 이시도로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가톨릭일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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