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꾼의 집 당번을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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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의 집 당번을 한다는 것
  • 마크 H. 엘리스
  • 승인 2019.07.29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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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일꾼공동체에서 보낸 1년-11월 12-13일

[11월 12일] 내일은 내가 소위 “집을 돌보는” 당번이다. 아침식사때부터 점심식사까지 스프를 끓이고 식사 심부름을 하는 사람들이 동시에 집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말로나 몸으로 폭력행사하는 것을 정지시키거나 술에 취하고 약에 취한 사람들을 다루는 일, 음식, 있을 곳, 옷을 요구할 때 들어주는 일, 1층 청소와 접시 닦는 일 등이다.

점심이 시작되면 한 사람이 이 모든 일을 저녁식사 때까지 한다. 그리고 또 다른 한 사람이 그후로 밤 10시까지 이런 일을 해내는 것이다. 돌아가며 ‘집 돌보는’ 일을 인계받는 것이다. 한마디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도와주고 집에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는 일을 단독으로 책임진다.

어떤 오후들은 공동체의 친구들, 술에 취하고 적대적인 친구들과 더불어 집을 지키는 때도 있다. 그러면 그날 집 당번은 하루종일 그들의 포로로 감금되는 셈이다. 봉사자가 현관 유리창 깨는 것을 그만두라고 밖에 나가 얘기하면 그 사람은 네 개의 나무조각을 그 봉사자 머리 위로 날린다. 집을 돌본다는 것은 많은 일중에서도, 폭력에 보복하지 않는다는 결심을 의미한다. 또한 당신이 돌보도록 맡겨진 짐의 존엄성을 고수하기 위한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기도 하다.

 

 

[11월 13일] 집 당번 일을 끝내다니 하느님 감사합니다! 짐이 저녁 당번을 맡으러 왔을 때,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방으로 올라와 잠에 곯아떨어지는 것 뿐이었다. 실제로 오늘은 별 특별한 일 없이 지나갔다. 일상대로 청소하고 접시닦고, 전화받고 문을 열어주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어느 한순간 폭력이 튀어나올 수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어도 너무 피곤한 것이다. 농담 한 마디에, 약간 술이 지나치면 혹은 어느곳에서나 아무런 이유도 없이 아수라장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오늘은 일이 좀 생겼다. 부엌에서 일하는 친구가 나에게 고함을 질렀다. 남은 스프가 있으면 먹이려고 바우어리사람 하나를(바지에 오줌을 싸는 ‘놈팽이’) 데려왔기 때문이다. 그는 이틀동안 먹지 못했다. 임신 9개월째나 되는 여자가 아버지에게서 버림받고, 있을 곳과 식권은 복지기관에서 얻었으나 가구가 하나도 없어 남는 침대가 없는지 전화로 문의해왔다. 그 여자는 방바닥에서 수주일 동안 잤다고 말했다. 어떤 남자가 전화해서 오천 벌쯤 되는 따뜻한 속내의가 있다고 받을 수 있는지 몰었다. 또 두 명의 사회사업가들이 집없는 사람들을 위한 숙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자신들의 집을 개방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볼까?

레이가 짐의 멱살을 잡고 저녁식사 때 다시 한 번 ‘놈팽이’를 데려오면 한 대 치겠다고 위협했다. 어제는 부엌에서 10년째 일해오고 있는 헨리가 한 봉사자에게 뜨거운 스프를 들이부었다. 봉사자들과 공동체에서 일하며 거주하는 사람들 사이에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두 주간 동안의 밤모임이 계획되었다. 아마 봉사자들에 대해서 더 알아야 할 것 같다.

 

마크 H. 엘리스 / <피터 모린; 20세기에 살다 간 예언자>의 저자. 엘리스는 미국 텍사스 베일러 대학에서 유다학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유다학을 가르치다 은퇴하였다. 그는 스무 권 이상의 책을 쓰고 편집했다. 그의 대표작은 <해방의 유다신학>, <거룩하지 않은 동맹>, <우리시대의 종교와 포악성>, <예언의 미래: 고대 이스라엘 지혜의 재현> 등이 있다. 그는 유대인이면서도 유대극우주의의 강력한 비판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스라엘의 미래를 팔레스티나와의 평화로운 연대에서 찾고 있다. 최근에는 <불타는 아이들: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유대적 관점>(2014), <추방과 예언: 새로운 디아스포라의 이미지>(2015)를 저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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