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혼동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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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혼동 그 자체
  • 마크 H. 엘리스
  • 승인 2019.07.2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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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일꾼공동체에서 보낸 1년-11월 5일

 

[11월 5일]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9월 처음으로 이곳에 왔을 때 아무런 반감도 없었고 며칠 지내고 난 후 내 느낌은 그저 혼동 그 자체였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그동안 내가 익숙했던 “보통”사람들과 너무 달랐고, 공동체 사람들과 토론을 하고 나서는 현실과 꿈을 전혀 구분할 수 조차 없게 되었다.

사람들은 가면속에 있는 것 같았고 자신들의 새로운 정체성을 믿고 있는 것 같았다. 레이첼은 헌 군복(훈장도 달린)을 세 겹으로 겹쳐입고 아주 중대한 임무를 맡은 선생이라고 고집하였다. 아네트는 수녀의 역할을 잡았다. 그녀는 지옥으로 떨어지고 있는 영혼들을 구하러 온 수녀였다. 꿈이 현실이 되고 있었다. 실제는 더 이상 실제가 아니었다. 한주일 동안 나는 나 자신의 “실제”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접시닦는 일만 하였고 틈이 나면 스프 끓이는 데에서 일어나는 일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하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사람들의 얼굴, 술에 취하고 병든 모습에 섬뜩 놀라고 있었다. 모든 의미가 무너진 잔인함과 악의 세계에 갑작스레 던져진 느낌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기대했던 일꾼들과 학자들의 공동체는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실제로는 공동체의 기미조차 볼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곳에는 생각을 분명하게 정리하기 위한 모임도 없었다.

이렇게 하여 첫 달은 기대와는 전혀 반대인 현실과 대면하느라 온통 안간힘을 쓰며 보냈다. 이상한 유형의 사람들, 공동체 부재, 지적인 작업의 부재,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지와 환영의 부재는 정말로 견디기 어려웠다. 이곳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이상한 환경속에서 그저 혼자 접시나 닦으라고 내동댕이 쳐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원봉사자들 역시 아침부터 밤까지 1층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만큼이나 이상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너무 조용하였고 가라앉은 느낌이고 지나치게 우중충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 가운데에서 나는 큰소리로 떠들어대는 어릿광대로 출연하고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전혀 기쁨을 느낄 수 없었다. 그들이 그렇게 피곤한 것은 아마도 이런 분위기 때문인 것 같았다.

이러한 첫번째 인상들은 점차 시정되어갔지만 그래도 이곳에는 첫번째 느낌이 사실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무엇이 아직껏 남아있다. 일꾼의 집은 전형적인 생활의 자리가 아니었고 이곳에서 지내기 위하여 내가 어떻게 무슨 준비를 할 수 있을지 전혀 생각을 할 수가 없다.

 

마크 H. 엘리스 / <피터 모린; 20세기에 살다 간 예언자>의 저자. 엘리스는 미국 텍사스 베일러 대학에서 유다학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유다학을 가르치다 은퇴하였다. 그는 스무 권 이상의 책을 쓰고 편집했다. 그의 대표작은 <해방의 유다신학>, <거룩하지 않은 동맹>, <우리시대의 종교와 포악성>, <예언의 미래: 고대 이스라엘 지혜의 재현> 등이 있다. 그는 유대인이면서도 유대극우주의의 강력한 비판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스라엘의 미래를 팔레스티나와의 평화로운 연대에서 찾고 있다. 최근에는 <불타는 아이들: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유대적 관점>(2014), <추방과 예언: 새로운 디아스포라의 이미지>(2015)를 저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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