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호프 "코트가 너덜너덜해지고 더러워질수록 더 깊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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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 "코트가 너덜너덜해지고 더러워질수록 더 깊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 방진선
  • 승인 2019.07.15 2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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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선종 115주년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선생님 (1860. 1. 29. ~ 1904. 7. 15.) 선종 115주년 !

체호프의 "익살 뒤에는 천근같은 우수가 배어있고, 그의 페시미즘에는 질긴 낙관이 배어있다"(체호프 단편선 해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선생(1899-1977)의 체호프 독법!

"“강인한 골리앗의 시대에는 나약한 다윗을 읽는 것이 매우 유익하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 러시아 문학 강의>, 1981년)

“체호프의 모든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자꾸 무언가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이 넘어지는 건 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도 불행하고 다른 이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형제나 가까운 지인이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머나먼 타국 흑인들, 중국의 막노동자, 먼 우랄에 사는 노동자의 아픔을 이웃이나 아내가 겪는 불행보다 더 쓰라린 도덕적 고통으로 느끼는 사람이다. 이들은 꿈꿀 수 있었지만 지배는 못했다. 이들은 기회를 놓쳤고, 만들지도 못할 나라를 설계하느라 뜬눈으로 밤을 새웠지만 열정과 불같은 자기희생, 순수한 영혼, 도덕적 고귀함으로 가득 찬 사람이 언젠가는 살았고 지금도 무자비하고 추악한 러시아의 어딘가에 살고 있을 거라는 사실 자체가 좀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약속이다. 훌륭한 자연의 법칙 중 가장 훌륭한 것이 약자 생존의 법칙이기 때문이다.”(앞의 책)

 

내년 최저임금 인상안에 '강인한 골리앗'이나 '나약한 다윗'이나 모두 불만입니다. 대통령은 1만원의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고 송구함을 표합니다. 한일의 무역갈등에 '강인한 골리앗'들은 달러와 황금덩어리에서 '재산의 안전'을 찾고 '나약한 다윗'들은 불안한 앞날의 끼니를 걱정합니다.

"끼니는 어김없이 돌아왔다. 지나간 끼니는 닥쳐올 단 한 끼니 앞에서 무효했다. 먹은 끼니나 먹지 못한 끼니나, 지나간 끼니는 닥쳐올 끼니를 해결할 수 없었다."(김훈,<칼의 노래>2001년)

중류와 중간 이하의 다윗들은 힘 없이 무너지고 그 이상의 골리앗들은 성벽을 더욱 견고하게 쌓고 있는가! 체호프 선생의 수많은 단편소설과 희곡에 등장하는 ‘나약한 다윗들’의 우직한 삶의 무대!

“내 옆 보도 위에는 나달나달 해진 여름 코트에 트리코로 만든 모자를 쓴 아버지가 서 계신다. 모자 끝에는 하얀 솜 조각이 비어져나와 달랑거린다. 소심한 아버지는 맨살에 크고 무거운 덧신을 신은 걸 혹시라도 사람들이 알아챌까 봐 종아리에 덧신을 끼셨다. 여름용 코트가 너덜너덜해지고 더러워질수록 더 깊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 가난하고 어수룩한 괴짜 양반은 다섯 달 전에 사무직 일자리를 찾아 수도로 오셨다. 다섯 달 내내 거리를 헤매며 일자리를 구하다가 드디어 오늘, 구걸하러 거리로 나설 결심을 하신 것이다. ”(체호프 단편, <굴>)

이 시대의 ‘나약한 다윗들’은 누구인가! 정의당 심상정 대표의 체호프 독법 !

"빈곤과 불평등을 일소하자며 개혁이니 혁신이니 하는 말잔치가 난무하지만 이런 시대일수록 체호프의 세계관이 절실하다. 그 어떤 나약한 존재라도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 훌륭한 사상이나 선명한 구호 이전에 이들부터 기억해야 한다는 사실을 체호프의 작품에서 느껴보자."(심상정, '심상정의 내 인생의 책', 경향신문 2016.7.11)

"타인의 삶에 대한 측은지심이 있느냐, 그것이 진보와 기득권 세력의 본질적인 차이입니다. 그 마음은 동정심이 아니라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이해입니다. 나 또한 그런 인간이고, 그것에 공동의 책임을 느끼는 것, 그런 이해가 없이 좋은 정치를 할 수 없습니다."(심상정,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것-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2013년)

어른의 말씀을 다시 새깁니다. 소신이 드러내는 그 인간의 속알!

"Man is what he believes."

고정관념의 치명적 해악!
"Once a man gets a fixed idea, there’s nothing to be done."

사랑, 우애, 존경 보다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는 건 공통적인 증오!
"Love, friendship, respect, do not unite people as much as a common hatred for something."

온갖 비법 처방의 시대!
"어떤 병에 대해 이것저것 온갖 약을 권한다면, 그 병은 고칠 수 없다는 뜻이다."

행복이란 이름의 무거운 멍에!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기 때문에 행복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삶의 미학! 
"사람이 가진 모든 것은 아름다워야 한다. 얼굴이든, 옷이든, 영혼이든, 생각이든."

교양론!
"교양이란 식탁보에 소스를 흘리지 않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소스를 흘렸을 때 그것을 못 본 척해주는 것이다."

원인과 이유를 몰라도 ‘나약한 다윗들’에게 닥쳐오는 좌절감과 열패감!
"평탄한 길에서도 넘어지는 수가 있다. 인간의 운명은 그런 것이다. 하느님 이외의 누구도 진실을 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나약한 다윗들’의 강인한 처세론! 
"기교가 뛰어나면 어리석어 보이고 훌륭한 말일수록 어눌하게 들린다"(大巧若拙 大辯若訥)는 노자(老子)선생의 말씀처럼!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스티브 잡스의 역설적 경구처럼!

"Do silly things. Foolishness is a great deal more vital and healthy than our straining and striving after a meaningful life.”


방진선 토마스 모어
남양주 수동성당 노(老)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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