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성인] 마르가리타 포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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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성인] 마르가리타 포레트
  • 김신윤주
  • 승인 2016.06.0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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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일: 6월 1일, 베긴회 순교자 (ad. 1310)
마르가리타 포레트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간곡히 부탁하건데, 부디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 있는 통찰력과 당신이 발휘할 수 있는 모든 섬세함, 그리고 예리함으로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그들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십자가에 적을 매달아 불태우는 것 보다 더 그리스도의 정신에 위반되는 행위를 상상할수 있을까? 슬프게도, 그리스도교의 기나긴 역사 안에서 바로 교회 스스로가 이토록 아픈 배신을 저지른 기록들을 볼 수 있다.

그 피해자 중의 한명이 베긴회의 신비가이며 설교자인 마르가리타 포레트(Marguerite Porete)이다.

파리의 종교재판정에는 마르가리타 포레트가 1310년에 이단으로 선고 받은 기록이 보관되어 있다. 죄목이 무엇이었든지, 그 기록과 그녀의 글들은 마르가리타가 하느님에 대한 열렬한 사랑으로 영혼을 불태운 거룩한 여인이었음을 알려준다. 그녀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사람들은, 어쨌든 아마도 그들 나름의 선한 의지로, 이렇게 말했다. 그녀가 그리스도를 사랑하기보다 정통적 교리를 더 사랑했다는 것 외에는 다른 결론을 내리기가 힘들다고.

마르가리타는 로렌드 지역에서 자유로이 조직되며 널리 퍼져나간 그리스도교 평신도 여성들의 종교운동인 ‘베긴회’의 구성원이었다. ‘베긴’이라는 용어의 기원은 분쟁, 논란, 골칫거리 등으로써, 마치 ‘이단자’ 혹은 요즘의 ‘공산주의자’ 라는 꼬리표처럼 반대자들 사이에서 경멸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엄밀히 말해서 ‘베긴’은 기도와 자선으로 봉헌하는 삶을 선택한 그리스도교 평신도 여성들로 이루어진 작은 지역 단체들의 연합 네트워크를 가리킨다. 이 여성들은 기본적으로 기존사회의 경제적 구조와 교회구조와 제도에서 벗어나 종교적 서원 없이 하느님께 봉헌하는 경건한 삶을 추구했다.

이는 종교적인 여성들이 교회의 승인과 관계없이 자신들의 영적 정체성을 세상에 드러낸 시도였지만, 베긴회 회원들은 결국 기성교회의 박해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보호자가 있었으니, 저서들이 널리 읽히고 존경을 받았던 막데부르크의 메히틸드와 하데비치 등의 유명한 신비가들이다. 이들은 베긴회와 깊이 관련되어 있었다.

<단순한 영혼을 위한 거울> (A Mirror for Simple souls)

마르가리타 포레트는 어느 특정 단체에 기반을 두지 않고 여행과 공개적인 설교로 영적 메시지를 전파했다는 면에서 확실히 통상적인 틀의 바깥에 있었다. 그녀는 또한 자신의 신비적 영성을 묘사한 책, <단순한 영혼을 위한 거울>(A Mirror for Simple Souls)을 썼는데, 이 책의 내용과 설교에 대한 열정 때문에 그녀는 체포되어 파리의 종교재판에 회부되었다. 

<단순한 영혼을 위한 거울>은 영혼과 이성 사이의 대화 형태로 묘사된 하느님 사랑에 대한 신비적 담론이다. 하느님과 우리 이웃들이 함께 친교를 나누는 사랑의 성찬이라는 영적 완덕을 추구하도록 장려하는, 단순한 영혼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전해주는 고졸한 글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글을 검토한 종교재판관은 그녀의 시적 언어들을 이단으로 간주될만한 일련의 진술들로 변환시켰다.

영적 신비가들에게 종종 나타나는 경우처럼, 마르가리타는 교회를 배제하고(통하지 않고) 하느님과의 직접적인 친교를 주장한 영성을 전파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1310년 4월 11일, 교회법에 따라 종교재판관들은 그녀를 이단자로 선고했다.

이후 마르가리타의 저서들은 공개적으로 불태워졌다. 같은 해 6월 1일, 처벌을 위해 세속 재판정으로 보내진 그녀는 '회개하지 않는 이단자'라는 죄명으로 화형에 처해졌다. 마르가리타의 죽음을 시발점으로 베긴회원들을 향한 공적인 탄압의 물결이 밀려들었다. 그로부터 2년 후, 베긴회 운동은 공식적으로 모두 진압되었다.


Shine Shin-Kim, 김신윤주 수산나.
아티스트, 작가. 2013 년 뉴욕에서 대중참여예술인 원하트 프로젝트 시작, 뉴욕과 한국을 오가며, 한반도의 평화, 물신주의와 신자유주의, 인권, 사회 정의 차원에서의 위안부 문제 등을 다루며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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