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꽃
유재복
몇 십 년 묵은 콘크리트 바닥 귀퉁이
싹이 하나 났다
금이 간 것도
흙이 쌓이지도 않은 자리
어이없어서 잘라 버렸다
잘린 자리에 또 싹이 돋았다
이번엔 줄기도 굵고 더 푸른색
보이지 않는 콘크리트 아래
어디쯤 있을 뿌리
뽑아 버릴 수도
옮겨 심을 수도 없었다
그냥 두기로 했다
빗물도 닿지 않고 햇빛도 잘 들지 않는 곳
안쓰럽게 바라만 보았다 저 사랑은
끝내 꽃을 피우지 못할지 모른다
결국 말라 죽어 잊혀도
그 자리에 사랑이 있었다는
그리움은 남을 것이다
꽃대를 올리지 못해서 오래 서걱거릴
서러움
그냥 두기로 했다
김기호/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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