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꾼의 집] 법적 보호도 없이 버림받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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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꾼의 집] 법적 보호도 없이 버림받은 사람들
  • 마크 엘리스
  • 승인 2019.05.2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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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일꾼공동체에서 보낸 1년-10월 8-12일

[10월 8일] 바우어리 지역은 일꾼운동 생활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이곳에서 마련되는 스프와 옷의 90%가 바우어리 지역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그곳은 일꾼 집에서 세 블럭 떨어진 곳에 있지만 고립된 지역이다. 그곳에 있는 건물은 주로 창고와 싸구려 여인숙 그리고 싸구려 술집들이다.

밤에 손님을 그곳의 소위 ‘호텔’로 데려가노라면 이런 장면이 연출된다. 두 세명씩 그룹이 되어 한 백명쯤의 남자들이 도로주변에서 손에 휴대용 술병을 들고 서성거린다. 서너개의 남자 전용 술집이 있고, 열댓 명의 사람들이 누더기를 걸치고 신호등 가까이서 차가 멎어주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정지한 차의 앞 유리창을 닦아주고 몇푼의 돈을 요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취되어 있어 오가는 자동차들 틈을 개의치 않고 돌아다닌다. 또 완전히 의식을 잃고 길 한 가운데 누워 쓰러져 있거나 경련으로 몸을 뒤틀고 있는 사람도 항상 한 두명 있다.

내가 이 거리의 정경을 다 전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정치적 공동체의 서비스도 다 내동댕이쳐진 상태이며(쓰레기 수거, 경찰 경비 등), 사회적 공동체로부터도 버림받은 상태이다(거주민이 없으며, 술주정이나 성행위 등에 대해서도 전혀 법적인 보호가 없다 - 길 한구석에서 두 남자가 성행위를 하고 한 남자가 자위행위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10월 9일] 지난 밤에 동 3번가에 있는 시에서 운영하는 일시 피난처에 가보았다. 그곳은 큰 방으로 집없는 사람들이 낮에는 먹을 수 있고 밤에는 잠잘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이 밤에도 문을 열기 전에는 백여 명의 사람들이 길에서 그냥 누워 자는 모습이 보였다.

[10월 12일] 내 방 동료 로버트가 술 마시는 것에 대하여 경고를 수차례 받았으며 결국 이 집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8개월전에 로버트는 술에 취해 옷공장이 있는 구역에서 굶주린 채 방황하고 있는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그는 사고를 당해 청력과 평형감각이 엉망이다. 지금쯤은 좋아져야 하는데, 로버트는 전혀 떠날 의사가 없다. 그는 갈 데도 없고 아무도 맞아줄 사람이 없다. 어쨋든, 로버트는 모든 사람에게 골치덩어리이다. 그는 아무도 ‘자신의’ 부엌에 근접도 하지 못하게 한다. 또 사람들이 자기 물건을 훔쳐갔다고 비난한다(그 물건들은 공원에서 줍거나 쓰레기통에서 줏은 것이다).

그리고 이젠 나에게 말도 걸지 않는다. 그저 내가 배반자이고 과거에는 괜찮았는데 지금은 그를 못살게 구는 젊은 양아치놈이라고 한다. 큰 방에 빈 침대가 생기면 난 그곳으로 나갈려고 한다.

[출처] <가톨릭일꾼공동체에서 보낸 1년>, 마크 엘리스, <참사람되어> 1996년 9월호​​

마크 H. 엘리스 / <피터 모린; 20세기에 살다 간 예언자>의 저자. 엘리스는 미국 텍사스 베일러 대학에서 유다학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유다학을 가르치다 은퇴하였다. 그는 스무 권 이상의 책을 쓰고 편집했다. 그의 대표작은 <해방의 유다신학>, <거룩하지 않은 동맹>, <우리시대의 종교와 포악성>, <예언의 미래: 고대 이스라엘 지혜의 재현> 등이 있다. 그는 유대인이면서도 유대극우주의의 강력한 비판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스라엘의 미래를 팔레스티나와의 평화로운 연대에서 찾고 있다. 최근에는 <불타는 아이들: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유대적 관점>(2014), <추방과 예언: 새로운 디아스포라의 이미지>(2015)를 저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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