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리히 본회퍼 "예수를 믿고 따른다고 고백하는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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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리히 본회퍼 "예수를 믿고 따른다고 고백하는 나는 누구인가?"
  • 방진선
  • 승인 2019.04.15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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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리히 본회퍼 순교 74주년

30년 시간의 간극 속에 같은 날 새벽 두 번의 죽음(죽임)을 기억합니다. 존경하는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님 (Dietrich Bonhoeffer,1906.2.4-1945.4.9) 순교 74주년 !

독일 파시즘(나치즘)의 단말마 발악. 1945년 4월 9일 새벽의 죽임. 아돌프 히틀러 암살 계획의 실패로 사형 집행!

"...독일교회가 정치 세력과 야합하는 것에 반발해 목숨을 바쳐 소신을 굽히지 않은 투사. 나치에 맞서 그리스도인의 양심을 지킨 순교자."(연합뉴스2014.9.9)

"우리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되고자 한다면 자유를 누리는 가운데 시간을 포착하여 위험에 맞서는 책임 있는 행동 속에서, 그리고 참된 자비 속에서 그리스도의 너른 마음에 참여해야 한다. 하는 일 없이 기다리며 흐리멍덩하게 구경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자세가 아니다."(10년후-1942년 성탄절 암살공모자를 위해 쓴 글, 에버하르트 베트게 저 <디트리히 본회퍼>, 복 있는 사람, 2014년)

저항권과 책임윤리에서 나온 최후 수단(ultima ratio)인 히틀러 암살계획의 참여!

"본회퍼는 자신의 고난에도 '하느님의 고난'에도 머물지 않았고, 고난을 '해방의 길'로 이해했다. 이는 우리의 일을 완전히 하느님의 손에 맡길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 고난당하는 것을 행위의 중단(Abbruch)으로 보지 않고 행동의 완성(Vollendung)으로 볼 때, 고난은 행동의 계속(Fortsetzung)을 뜻한다. ... 여기서 본회퍼는 자신의 감옥생활을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감옥에서 그는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이 고난을 견뎌야 했지만, 지금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고 있었기에 죽음을 '인간의 자유의 대관식'으로 찬양했다" (위르겐 몰트만, '고난당하시는 하나님만이 도우실 수 있다: 디트리히 본회퍼의 하나님의 고난의 신학' 제2회 하이델베르크대학교-서울신학대학교 국제학술대회 '본회퍼의 평화 사상과 동아시아의 평화' 2016.3.22. 크리스챤투데이)

그리스도인의 저항권 !

"본회퍼는 20세기 권위주의에 대한 저항권의 모범으로서 아주 중요한 인물이자 우리의 질문과 연관해 거의 기준을 제시하지만, 실제로 루터교 전통에 속한 그에게 저항권에 대한 질문은 아주 심각한 것이었다. 성서적으로 저항권의 근거를 찾는다면 그 이유를 찾지 못할 뿐 아니라 반대로 '저항하지 말아야 한다'는 많은 이유를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 저항권은 구성적으로는 질서의 유지를 위해 존재하는 보수적인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다른 모든 수단들이 다 소진됐을 때에야 손에 잡히는 수단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양심에 근거해 상징적으로 법적 규범들을 공격하는 시민 불복종과 연관시킬 수도 없다. ... 본회퍼는 양심 대신이 아니라 양심의 루터적 내재성을 변형시킴으로써 책임의 길로 들어서고자 했다" (필립 슈퇼거, '본회퍼에 의거한 저항권의 근거와 무근거에 대한 사유' 앞과 같은 인용)

죽임을 당하기 얼마 전 가족에게 보낸 옥중시!

“넘치는 은총의 힘에 아름답게 둘러싸여
주님의 오심을 신실하게 기다리나니
주님께서 밤과 아침으로 우리와 함께하시며
매일 새로운 날에 우리에게 인사하십니다.

그러나 오래된 고뇌들이 우리 마음을 괴롭히고
나쁜 나날들이 견디기 힘든 짐을 지우나니,
주님, 이 두려운 마음에 구원을 주소서.
주님께서 고통이 넘치는 쓰디쓴 잔을 주실 때,
우리는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하지만
주님의 선하고 사랑스러운 손으로 주시는 것이기에
어떤 두려움도 없이 이 잔을 감사하며 마시겠습니다.

슬픔과 고통이 많은 이 세상에
주님께서는 여전히 기쁨을 주시며, 밝은 해로 비추시니
우리가 함께 살아온 날들을 기억하겠습니다.
그때에 우리의 모든 삶은 오로지 주님의 것이 되겠지요.”
('미국 성공회 성가'-<'나는 누구인가? – 본회퍼 축일' 주낙현신부의 성공회이야기> 2014.4.9)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8분 무죄인 사형 집행 44주년!

유신독재(반공주의)가 만들어 낸 ‘사법사상 암흑의 날’(국제법학자회)! 1975년 4월 9일 새벽의 죽음들 ! 1975년 4월 8일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상고 기각으로 사형 판결 확정 18시간 만에 사형 집행 !

-서도원(徐道源 53 전 대구매일신문 기자)
-김용원(金鏞元 41 경기여고 교사) 
-이수병(李銖秉 40 일어학원 강사) -우홍선(禹洪善 46 한국골든스템프사 상무)
-송상진(宋相振 48 양봉업)
-여정남(呂正男 32 전 경북대 학생회장) -하재완(河在琓 44 건축업)
-도예종(都禮鍾 52 삼화토건 회장)

"이들 8명은 세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는 해방 직후 혹은 4.19때부터 민주주의와 통일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했던 혁신계 인사들이라는 사실이요, 둘째는 체포 당시 활동지역은 달랐지만 모두 대구에 연고를 둔 인물이었다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윤보선 전 대통령을 포함하여 무려 1024명이 연루된 '인혁당 재건위 및 민청학련' 사건을 전체적으로 보면, 희생자 8명은 무명의 인사들이었다는 점이다. 1971년 대선에서 지역감정을 일으켜 겨우 김대중에게 신승을 거둔 박정희 입장에서는 자신의 안방인 대구에서 활동하는 혁신계 인사들이 눈에 가시였고, 지명도가 낮았기에 ‘본보기’로 죽이기 좋았던 셈이다. 사실 박정희가 저지른 첫 번째 사법살인의 제물은 1961년에 희생된 조용수 <민족일보> 사장이었는데, 그 역시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대구파’였다. 4월 9일이라는 날짜 역시 의미심장한데, 21일 후 사이공이 함락되었기 때문이다. 즉 극도의 공안분위기를 만들기 적합한 시점이었던 것이다."(한종수,'반세기에 걸친 비극 : 인혁당 사건의 현장들'2016.4.11)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7년 1월 23일: 인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 8인에 대한 무죄 선고! 2013년 11월 28일: 1차 인혁당 사건에 대한 재심 무죄 판결 ! 우리나라 사법사의 치욕 !

"나는 누구인가?Wer bin ich?

남들은 종종 내게 말하기를
감방에서 나오는 나의 모습이
어찌나 침착하고 명랑하고 확고한지
마치 성에서 나오는 영주 같다는데

나는 누구인가?

남들은 종종 내게 말하기를
간수들과 대화하는 내 모습이
어찌나 자유롭고 사근사근하고 밝은지
마치 내가 명령하는 것 같다는데

나는 누구인가?

남들은 종종 내게 말하기를
불행한 나날을 견디는 내 모습이
어찌나 한결같고 벙글거리고 당당한지
늘 승리하는 사람 같다는데
남들이 말하는 내가 참 나인가?
나 스스로 아는 내가 참나인가?

새장에 갇힌 새처럼 불안하고 그립고 병약한 나
목졸린 사람처럼 숨을 쉬려고 버둥거리는 나
빛깔과 꽃, 새소리에 주리고
따스한 말과 인정에 목말라하는 나
방자함과 사소한 모욕에도 치를 떠는 나
좋은 일을 학수고대하며 서성거리는 나
멀리 있는 벗의 신변을 무력하게 걱정하는 나

기도에도, 생각에도, 일에도 지쳐 멍한 나 풀이 죽어 작별을 준비하는 나인데

나는 누구인가?

이것이 나인가? 저것이 나인가?
둘 다인가?

사람들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자신 앞에선 천박하게 우는 소리 잘하는 겁쟁이인가?
내 속에 남아있는 것은 이미 거둔 승리 앞에서 꽁무니를 빼는 패잔병 같은가?

나는 누구인가?

으스스한 물음이 나를 조롱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당신은 아시오니
나는 당신의 것입니다.
오, 하나님! 'Wer ich auch bin, Du kennst mich, Dein bin ich, o Gott!"

(옥중시 1944년6월, 에버하르트 베트게 저 '디트리히 본회퍼''복 있는 사람,2014년)

죽고 갇혔던 이들은 무엇을 아는가! 
수사하고 판결한 이들은 무엇을 아는가!
지금 여기서 남겨진 가족들과 우리는 무엇을 아는가! 
우리는 우리의 정체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그리스도 예수님을 믿고 따른다고 고백하는 이 시대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알고 무엇에 저항하고 있는가 ?

방진선 토마스 모어
남양주 수동성당 노(老)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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