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뱅이 로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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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뱅이 로버트
  • 마크 엘리스
  • 승인 2019.04.1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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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일꾼공동체에서 보낸 1년-9월 21일

한 방 친구인 로버트가 술을 많이 마신다. 그래서 우리들의 관계가 팽팽해졌다. 이 집에는 오로지 두 개의 규칙이 있을 뿐이다. 폭력 금지와 술 금지이다. 이 규칙들은 “우리 틀의” 집을 존중하도록 격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로버트가 술을 마시는 것을 보고 또 그의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본 이상 내가 무얼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랫층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대답은 공동체가 하는 전형적인 대답이었다. 즉 우리 모두는 각자 책임을 져야한다고. 나는 내 입장과 공동체의 입장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 그만이었다.

로버트에게 그걸 말하는 것은 어려웠다. 그에게 나무라는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웠다. 그가 50살이고 나는 스물두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밤엔 내 입장을 분명히 전할 것이었다. 집안에서 술은 마시지 못한다!

내가 들어갔을 때 로버트는 요에 누워있었는데 정신이 없었다. 한 시간 후 그는 일어나려고 했지만 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일어섰을 때 그는 쓰러지고 말았다. 말을 하는데 전혀 앞뒤가 맞지 않았다. 난 무서워졌다. 잭은 로버트가 며칠동안 못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술이 깨고 난 후에도 그가 그전 일을 기억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마라 했다.

잭은 재미있는 사람이다. 그는 5층의 기숙사, 바로 내방 바깥에서 잔다. 그는 흑인이고 60세가량인데 일년쯤 공동체에서 살았다. 이곳의 규정은 아무도 상대방의 과거생활에 대하여 묻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대화와 관찰을 통하여 나는 잭이 건강하고 재주가 있으며 일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또 밤에 잠들기 위하여 라디오를 틀어놓는다는 사실도 알았다!).

잭은 일주일에 두 번 스프를 끓이고 주일마다 저녁을 만들며, 아침에 손이 모자랄 때 도와주고 자주 밤에 집을 지킨다. 그리고 싸움을 목격할 때면 지나치며 약간 히죽거리면서 머리를 흔든다. 그리고 손바닥을 위로 향하여 쳐들면서 한마디 한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글쎄 이래요. 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 것도 그들을 바꾸어 놓을 수 없어요.”

그리고 잭은 옳다. 이곳 사람들은 알콜중독자들을 돕기 위해 모든 프로그램들을 거의 다 동원하였다. 이 모든 시도는 사람들을(마약중독자, 범죄자들, 정신문제를 가진 사람들) 사회에 적응시키려는 것이다. 이곳에 오는 수많은 사람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가난하고 적절한 의료보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인병원이나 대학병원 의과대학에서 새로운 약과 치료법개발에 필요한 실험재료가 되었던 것이다.

 

[출처] <가톨릭일꾼공동체에서 보낸 1년>, 마크 엘리스, <참사람되어> 1996년 9월호

​​마크 H. 엘리스 / <피터 모린; 20세기에 살다 간 예언자>의 저자. 엘리스는 미국 텍사스 베일러 대학에서 유다학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유다학을 가르치다 은퇴하였다. 그는 스무 권 이상의 책을 쓰고 편집했다. 그의 대표작은 <해방의 유다신학>, <거룩하지 않은 동맹>, <우리시대의 종교와 포악성>, <예언의 미래: 고대 이스라엘 지혜의 재현> 등이 있다. 그는 유대인이면서도 유대극우주의의 강력한 비판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스라엘의 미래를 팔레스티나와의 평화로운 연대에서 찾고 있다. 최근에는 <불타는 아이들: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유대적 관점>(2014), <추방과 예언: 새로운 디아스포라의 이미지>(2015)를 저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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