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물에 지은 죄는 곧 하느님께 지은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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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물에 지은 죄는 곧 하느님께 지은 죄
  • 박현진 기자
  • 승인 2016.05.24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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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 생산회사 ‘몬산토’ 반대 시민 행진이 진행되던 5월 21일
예수회인권연대센터 ‘부서진 세상 치유하기’ 모임 열어
ⓒ박현진

세계 최대의 GMO 생산회사 ‘몬산토’ 반대 시민 행진이 진행되던 5월 21일, 예수회 인권연대 연구센터 주관으로 <부서진 세상 치유하기> 열다섯 번째 모임이 이냐시오 카페에서 열렸다. 박유미 연구원이 프란치스코 교종의 사회 회칙 <찬미 받으소서>를 통해 보는 동방정교회의 전통을, 성가소비녀회 양선미 수녀가 창조보전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다국적 기업 몬산토에 대해 발표했다.

동방정교회의 전통을 이어받은 “창조보전을 위한 기도의 날”

2015년 8월 프란치스코 교종은 9월 1일을 “창조보전을 위한 기도의 날”로 선포했다. 박유미 연구원은, 이것이 동방정교회의 전통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방정교회의 전례력이 9월 1일에 시작하기 때문이다. 동방정교회의 전례력이 “농업을 위해 아주 중요한 가을”에 시작되는 것은 그만큼 피조물과 창조주 하느님에 대한 찬미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동방정교회는 1989년부터 9월 1일을 “창조물을 위한 기도의 날”로 정했으며, 프란치스코 교종은 이 전통을 가톨릭교회가 계승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박유미 연구원. ⓒ박현진 기자

박유미 연구원은 프란치스코 교종이 <찬미 받으소서!> 8항과 9항에서 언급한 동방정교회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의 성찰을 소개했다. 총대주교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것”이며, “우리가 사회적으로 행동하고 살아가는 장소일뿐 아니라, 다음 세대가 새롭게 창조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성화의 장소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현재 발생하고 있는 생태계 파괴는 “크든 작든 창조물의 손상과 파괴에 가담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바로 우리의 죄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죄는 “우리 자신을 거스르는 죄인 동시에 하느님께 반역하는 죄”이기 때문이다.

박유미 연구원은 프란치스코 교종이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의 이러한 지적에 공감하며 “생태적 회심과 회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우리가 이 생태 변화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환경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교종은 이런 변화는 “개개인의 노력과 회심만으로 바꾸기 힘들다”면서, “공동선보다는 이윤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식용 GMO 수입 세계 1위, 생태적 회심 절박하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양선미 수녀는 다국적 기업 GMO 생산회사 몬산토의 사례를 들어, 동방정교회의 전통과 프란치스코 교종의 호소와 반대방향으로 가는 현실을 지적했다.

GMO란 유전자 변형 농산물을 의미한다. GMO 생산회사로 알려진 몬산토는 원래 사카린이나 아스피린, 고엽제의 주성분인 제초제와 DDT 등을 생산하는 화학기업이었다. 몬산토는 1980년대 유전공학이 대두하자 종자산업에 진출했고 1990년대에 이르러 GMO 종자를 내놓았다. 양 수녀는 몬산토로 대표되는 GMO 산업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한다.

양선미 수녀. ⓒ박현진 기자

가장 큰 문제는 종자에 대한 기업의 독과점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일어난 녹색혁명은 품종개량이나 과학 기술을 도입해 식량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는데, 그 중심에 다국적 기업이 있다. 그리고 농민들은 새로운 종자와 농업생산에 필요한 자재를 모두 여기서 구입해야 했다.

이러한 신종자는 두 번째 수확부터는 수확량이 떨어졌기 때문에, 농민들은 매년 신종자를 구입하면서 기업에 대한 종속적인 위치에 놓였다. 종자에 대한 다국적 기업의 독점이 강화되면서, 종자-제초제-곡물-식품-레스토랑으로 이어지는 독과점 체계를 형성되었다.

“원래 씨앗과 종자, 즉 식량과 관련된 것은 국가에서 관리하거나 농민이 자율적으로 하던 일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고 다국적 기업이 뛰어들자 식량문제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농업생산에서 공동선과 최대 이윤 추구 사이에서, 공동선은 완전히 배제되어 버린 것이다.”

양 수녀는 프란치스코 교종 역시 <찬미받으소서>에서 이익만 추구하는 기술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윤리를 배제한 기술은 자기 힘을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과학과 기술 발전이 생태계의 영역에 개입할 때 “그 개입이 다른 영역에 미치는 결과와 미래 세대의 행복에 대하여 모두 마땅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요한 바오로 2세의 말씀을 인용한다. 요한 바오로 2세는 “기술의 혜택이 그와 같은 개입의 부정적 영향을 간과하는 무분별한 유전자 조작으로 이어지면 안 된다”며 공동선을 배제한 GMO 기술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한다.

양 수녀는 “현재 우리나라는 식용 GMO 수입 세계 1위”라면서,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며 안타까워 했다. 식품에도 GMO 표기도 잘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인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 수녀는 이런 다국적 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한 실천 과제를 제시하면서 “제철음식을 먹거나, 직접 텃밭에서 먹을 거리를 길러 GMO 작물을 피하고, 가능한 유기농 제품을 구입하자”면서, “농민들이 토종 작물을 심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 역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유미 연구원과 양선미 수녀의 발제 이후, 참가자들은 그룹 나눔을 통해 자신이 각자의 방식으로 지구를 해친 것, 내가 피조물에 저지른 죄 등을 함께 나누었다. 또 자연과 내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나누며 프란치스코 교종이 호소한 “생태적 회심”을 묵상했다.

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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