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속에서, 뉴욕 환대의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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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속에서, 뉴욕 환대의 집으로
  • 마크 엘리스
  • 승인 2019.02.26 2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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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일꾼공동체에서 보낸 1년-1

[이번 주부터 마크 H. 엘리스 (Marc H. Ellis)가 1978년 9월부터 1979년 5월까지 뉴욕의 가톨릭일꾼공동체에 머물면서 기록한 일기를 연재합니다-편집자] 

1978년 9월 4일

어느날 아침 동부터미널에 도착해서 나는 마이아미에서 뉴욕행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놀랍게도 버스나 기차보다 비행기값이 쌌다. 비행장에서 치른 이별은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어머니와 동생이 나를 배웅하러 나왔다. 어머니가 울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동생을 보며 말했다. “마크는 이 세상에 자기자리를 찾으러 가는구나.” 난 집에서 아버지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2년전 내가 유럽으로 떠날 때는 아버지가 우셨다. 처음으로 아버지가 우시는 것을 보았고 그후 일주일간 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때 이후로 난 아버지가 배웅하러 나오시는 것을 반대했다. 아버지가 우시는 것을 보기가 힘들었다.

터미널에 내려 약간 걸어가 가톨릭일꾼 공동체의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가방이 무거웠다. 가을과 겨울 옷으로 가득찼다. 중간에 내려서 버스를 갈아타야 했다. 한밤중에 뉴욕 맨하탄 으슥한 곳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니! 난 처음에 무서웠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어떤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마침내 버스가 와서 탔다.

그때 버스안에 앉아있던 나이든 한 부인이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봐요, 젊은이. 뉴욕에서 그렇게 큰 가방을 갖고 다니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요. 지난주에 당신보다 훨씬 덩치가 큰 내 아들이 똑같은 가방을 갖고 가다가 강도를 만났어요.” 난 덜컥 겁이 났다. “내 말 잊지 말아요.” 버스가 천천히 멈추자 난 그 부인에게 감사하고 밤의 어둠속에 내렸다. 내 첫번 느낌은 어땠던가? 그것은 황량함 자체였다.

 

마크 H. 엘리스

드디어 공동체에 도착했다. 건물을 올려다보니 발코니가 자주색, 오렌지색 색종이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리고 <성요셉 환대의 집>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장식은 좀 우스꽝스러웠고 집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나는 내가 도착하는 시간을 그전날 전화해서 알려주었었다. 전화할 때마다 다른 사람이 받았기 때문에 누가 나를 기다려 문을 열어줄지 좀 불안했다. 벨을 누르고 기다렸다. 그리고 다시 눌렀다. 아무 기척도 없었다.

2층 창문에 불이 켜져있어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마침 개를 데리고 지나가던 푸에르토 리코 사람이 “데이 여사”와 일하러 왔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집 건너편 착한 사람들이(그가 말했다) 살고 있는 곳으로 나를 데려갔다. 그는 계단을 올라가 선반에 기대서서 창문을 가볍게 두둘겼다.

두세 번 점점 더 세게 두들기니까 한 젊은 남자가 문을 열었다. 그는 몸이 약간 굽었고 상대방을 빨아들일 것 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우린 악수를 하고 서로를 소개했다. 그의 이름은 '진'이었다. 그 푸에르토 리코 사람은 사라져버렸다. 진이 나를 그의 아파트로 데리고 들어가 침대소파를 내주었다. 다른 방에서 베개와 담요도 가져왔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이야기하자고 하였다.

[출처] <가톨릭일꾼공동체에서 보낸 1년>, 마크 엘리스, <참사람되어> 1996년 9월호

마크 H. 엘리스
<피터 모린; 20세기에 살다 간 예언자>의 저자. 엘리스는 미국 텍사스 베일러 대학에서 유다학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유다학을 가르치다 은퇴하였다. 그는 스무 권 이상의 책을 쓰고 편집했다. 그의 대표작은 <해방의 유다신학>, <거룩하지 않은 동맹>, <우리시대의 종교와 포악성>, <예언의 미래: 고대 이스라엘 지혜의 재현> 등이 있다. 그는 유대인이면서도 유대극우주의의 강력한 비판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스라엘의 미래를 팔레스티나와의 평화로운 연대에서 찾고 있다. 최근에는 <불타는 아이들: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유대적 관점>(2014), <추방과 예언: 새로운 디아스포라의 이미지>(2015)를 저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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