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선 시] 아주 잠시-27
겨울 아침에
너는 잘 있느냐
눈 내리고 바람 에이는 이 겨울 아침에
그래, 너는 잘 있느냐
바쁜 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물기 어린 손을 닦으며
내 마음은 너에게로 간다
지나버린 날들이 갑자기 내 앞에 다가오고
바람이 멎고 눈발은 고요해진다
이렇게 잠깐 뒤돌아보며 너를 생각하는 이 시간이
우리에게 허락된 인연의 전부라 해도
이제는 아쉬워하지 않고 감사하리니
사랑은 보이지 않을 때에도 그 숨을 멈추지 않기 때문.
겨울의 땅 밑으로 흐르는 생명의 기운을 우리 안다면
이 침묵의 시간도 사실은 뜨거운 사랑인 것을.
너는 잘 있느냐
이른 아침 창가에 서서
내 마음이 잠시 너에게로 간다
이 기쁨 아무도 모르리.
조희선
시인. 청주 거주. <거부할 수 없는 사람>,
<타요춤을 아시나요> 등 시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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