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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사제, 여전히 남은 숙제행동하는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37

“나는 금도 은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가 가진 것 중에서 가장 귀한 것을 가지고 왔습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2013년 7월 22일 세계청년대회가 열리는 브라질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브라질 대통령궁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베드로 사도처럼 이같이 말했다.

교황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든 이들 마음속에 형제적 사랑의 불씨를 심어주러 왔다.”고 전하면서, 첫 해외 방문지로 브라질에 오게 된 것을 기뻐했다. 교황은 브라질 행 비행기에서 기자들에게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가 젊은이들만의 대회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면서 “젊은이들은 그들의 가족과 국가, 문화와 신앙 안에서 크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공회에서는 1944년에 홍콩 성공회에서 플로렌스 리 팀 오이 사제가 서품된 것을 시작으로 1976년에 캐나다 성공회, 1977년 미국 성공회, 1992년 영국 및 호주, 남아공, 필리핀 성공회에서 여성사제를 허용한데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2001년에 부산교구 민병옥 카타리나 부제가 사제로 서품되었다. (사진출처=instiz.net)

성모 마리아가 사도들 보다 중요한 것처럼

한편 7월 29일 청년대회를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교황으로서는 처음으로 문서가 아닌 말로 ‘여성사제 서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황은 여성 사제 서품을 분명히 반대했다.

교황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을 비롯해 그동안 가톨릭교회는 여성사제 서품을 허락하지 않았다며 “(여성사제 서품의) 문은 닫혀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황은 “성모 마리아가 사도들보다 중요한 사람인 것처럼, 오늘날 교회의 여성들도 주교나 신부보다 중요한 존재다. 이에 대한 신학적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여성의 사제서품은 불가능하지만, 여성이 교회 안에서 더 많은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다소 애매한 답변을 했다.

교황의 여성사제 불가 발언에 대한 강력한 항의는 미국 교회에서 제일 먼저 나왔다. 자비의 성모 동정수녀회 소속 데레사 케인 수녀는 1979년부터 1980년까지 미국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LCWR) 회장을 지냈으며, 1979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미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여성사제 서품이 가능한지 물어 세계적인 화제를 일으켰던 인물이다.

케인 수녀는 프란치스코 교황 발언 직후인 7월 31일 미국 가톨릭 언론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National Catholicnews Reporter)와의 인터뷰에서 남성만 사제품을 받는 것은 “우상숭배의 모습을 한 불평등”이라며, 교황의 여성사제 금지 발언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케인 수녀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가톨릭 여성사제 서품을 금지했다고 해서, “프란치스코 교황조차 이 문제를 그대로 묻어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케인 수녀는 여성사제 서품은 “정의의 문제”라고 단언했다. 그는 “인종이나 문화, 종교나 성별에 따른 어떠한 불평등이 있다면, 거기엔 언제나 불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케인 수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모 마리아가 사도들보다 중요한 사람인 것처럼 교회의 여성들도 주교나 신부보다 중요한 존재”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가톨릭 지도자들이 때때로 여성을 받들어 모시기는 하지만 평등한 존재로 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성 사제 문제는 여성과 남성의 참된 평등을 위해 21세기 안으로 교회를 끌어들여야 한다”면서, 어떤 사상이나 전통에 맹목적으로 사로잡혀 있는 것은 “우상화”라고 지적했다.

 

프로그레시브 아브라함 가이거 (Progressive Abraham Geiger) 신학교 졸업생이자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독일에서 랍비로 임명된 랍비 알리나 트레이거 (Rabbi Alina Treiger). 사진출처=thejc.com)

유대교, 여성에게도 '랍비' 직위 수여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의 추기경 시절,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라틴아메리카 랍비신학교 학장이며 랍비인 아브라함 스코르카와 가진 대담에서 이미 여성사제 문제를 한 차례 언급한 적이 있다. 이 대담이 실린 <천국과 지상>(율리시즈, 2013)에서, 먼저 랍비 스코르카는 “가톨릭교회는 히브리 성서에 등장하는 제사장에서 사제직을 차용해 왔으며, 이 사제직은 여성을 배제하고 부계 전통을 따른다.”고 말했다. 즉, 여성사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유대인들은 모계 혈통에 따라 어머니가 유대인이라면 아이도 유대인이 된다. 또, 남성에 의해 수행되어 온 제사장을 대신해 지금은 랍비가 성직을 수행하고 있는데, 율법을 아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유대교인들을 가르칠 수 있고 유대교 율법에 따라 행동하는 법을 전수할 수 있다.

랍비 스코르카는 “전 세계 랍비 세미나에서 여성에게 랍비(rabino) 직위를 수여하기로 결정”했으며, 탈무드에서는 남성이 쉽게 이혼하지 못하게 결혼계약서를 여성이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것은 이혼 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 여성을 위한 안전장치였고, 여성에게 품위 있는 삶을 보장하려는 의도였다고 전했다.

교황, 모성과 부드러움의 여성성 강조

랍비의 이야기를 다 듣고나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교회에서 여성이 성직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여성이 남성 아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면서 “성모 마리아는 사도들보다 위대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도는 교회, 즉 여성과 영으로 결합한다.”는 말을 통해 교회의 여성성을 강조했다. 한편 “여성은 교회처럼 구원이 좀 더 충만한 곳이어서 사탄이 집중적으로 공격했으나, 룻과 유딧과 같은 여성 영웅들에게서 보듯이 하느님은 여성들을 돌보셨다”고 말했다.

이 책에서 교황은 ‘독특한 철학으로서의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페미니즘은 그것을 옹호하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어떤 이익도 가져다주지 않는다. 그것이 오히려 여성들을 보복적인 투쟁의 장으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여성은 그보다 훨씬 더한 가치를 지닌다.” 교황이 말하는 여성적 가치는 모성애와 부드러움의 가치다. 교황은 “만약 교회가 여성이라는 풍요로운 자산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남성 우월적 사회, 근엄하고 경직되고 결코 성스럽지 못한 사회로 변모될 것”이라고 말한다.

요한 바오로 2세 "여성의 사제 서품 불허가 여성차별 아니다"

결국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성사제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수적 태도를 취하는데, “인류가 매우 심각한 변화를 겪고 있는 이 시기에 복음의 정신으로 무장된 여성들이 인간성 상실을 막는 데 큰 공헌을 할 수 있다”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사도적 서한인 <여성의 존엄>(1988년)이나 <남성에게만 유보된 사제 서품에 관한 교서>(1994년)의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여성은 존엄하지만, 여성을 직무 사제직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하느님의 계획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문제의 요한 바오로 2세의 교서에서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하느님의 모친이시며 교회의 어머니이신 거룩하신 동정 마리아께서 사도가 되거나 직무 사제직을 받지 않으신 것은 여성의 사제 서품 불허가 여성의 존엄성 격하를 의미하거나 여성에 대한 차별로 간주될 수 없음을 명백히 보여 줍니다. 그것은 오히려 우주의 주인이신 주님의 지혜에 속하는 계획에 대한 충실한 순종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출처] <행동하는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 한상봉, 다섯수레, 2014

한상봉 이시도로
<가톨릭일꾼> 편집장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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