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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주권의 민주적 분배, 교회는 항상 개혁을 요구한다행동하는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36

한국 천주교회의 경우에 1997년에 광주가톨릭대학 교수였던 이제민 신부와 서강대 교수인 정양모, 서공석 신부가 교황청 신앙교리성의 경고를 받았다. 당시 주교회의 의장이었던 정진석 추기경은 즉시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주교회의 기관지에 이들의 글이 실리지 않도록 조치했다.

1998년 1월 15일 신앙교리성이 마산교구장 박정일 주교에게 보낸 서한에 따르면, 이제민 신부의 <교회-순결한 창녀>(분도출판사 1995)가 “교회를 마치 민주적 제도 형태로 조직된 그 어떤 인간 사회단체와 같이 이해함으로써 교회에 대한 불충분한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제민 신부는 교수직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보프는 “신앙의 규칙은 신앙의 본질을 보존해야 하지만, 그 본질을 불변의 공식처럼 받들어서는 안 된다.”며, 그리스도교 신앙이 역사적 변동 속에서 새로운 이슈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공허하고 허구적인 현실만 모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고압적인 심문 절차를 폐기해 자유로운 신학 논쟁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반적인 교리와 다르거나 신자들 사이에 논란이 되는 신학적 쟁점이 발생할 때, 이를 검토하는 기구를 주교회의에 두고, 신앙교리성이 최종 심판관이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문제를 공개적으로 조사해야 하고, 피고는 처음부터 자신의 주장을 제시하고 변호할 권리를 지녀야 한다고 주장했다.

 

The Cumaean Sibyl - 1511 Michelangelo-Sistine Chapel

그동안 가톨릭교회는 교도권이 오류가 없는 거룩한 교리를 집대성해 제시했다고 믿었기 때문에, 이 주어진 교리에 의문을 품는 것을 차단해 왔다. 이런 식의 불관용과 독단주의는 심각한 인권 문제를 낳기 마련이고, 결국 교회 내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억압될 수밖에 없었다.

보프는 여기에 깊은 구조적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종교적 생산수단과 상징적 영역을 소유한 자가 권력을 누리면서, 공적인 논의를 일방적으로 통제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보프는 “그 결과 교리와 신학 등 종교적 상품을 생산하는 성직-교도권과 이 상품을 소비하는 평신도 집단 사이에 당연히 불평등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는 항상 개혁을 요구한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제도 개혁에까지 이르지 못한 채 지난 30년 동안 과거의 군주제적 모델로 뒷걸음질했다. 결국 교회 개혁은 선언을 넘어 구체적인 제도 개선으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교황 제도를 비롯해 교회 주권의 민주적 분배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교회는 결정적인 순간에 ‘복음’을 배신할 것이다. 이를 위해 보프는 교회가 과거의 영광에 매이지 말고 복음적 원천으로 회귀할 것을 요청했다.

“교회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이 제도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한 제도교회가 아직 권력에 깊이 빠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이제라도 복음의 부름을 따라 권력을 행사하는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 내라고 요청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을 ‘로마의 주교’라고 겸손하게 부르며, 작은 형제였던 프란치스코를 닮아 ‘황제’의 각질을 조금씩 떼어 내고 있다. 교황은 자신의 사목적 청사진을 제시한 <복음의 기쁨>에서 “바오로 6세 교황께서는 쇄신을 향한 호소를 더욱 확대하여 쇄신이 개인만이 아니라 교회 전체에 관한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면서 “교회가 통찰력을 가지고 …… 거룩하고 흠 없는 그리스도의 신부로서의 이상적인 교회상과 현대 세계에 제시되는 실질적인 교회상을 비교해 보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문헌인 <일치운동에 관한 교령(Unitatis Redintegratio)>을 인용하며 “교회의 모든 쇄신은 본질적으로 교회 소명에 대한 충실성의 증대에 있다. …… 나그넷길에 있는 교회는 그 자체로서 또 인간적인 지상 제도로서 언제나 필요한 개혁을 끊임없이 계속하도록 그리스도께 부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교회개혁에 관한 자신의 신념을 “교회의 관습과 행동 양식, 시간과 일정, 언어와 모든 교회 구조가 자기 보전보다는 오늘날 세계의 복음화를 위한 적절한 경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로 표현했다. 더 나가서 “제가 다른 이들에게 요구하는 것을 저도 실천해야 하므로, 교황직 쇄신에 대해서도 생각한다.”고까지 말했다. 오히려 “지나친 중앙집권은 교회의 생활과 그 선교 활동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이를 어렵게 만든다.”고 호소했다.

사실상 예수 그리스도는 교회를 설파한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에게 해방과 위로를 주고, 정의와 평화, 용서와 사랑이 깃든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셨다. 기존 질서를 옹호하지 않고, 사람들 위에 군림하기보다 섬기셨다. 하느님께 복종하되 자유롭고, 기성 종교를 사랑 안에서 질타하셨다. 그분은 타인을 복종시키려고 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권한을 사용하는 대신 연약하게 죽기를 원하셨다. 그분이 바라신 것은 죽음을 넘어서라도 ‘사랑할 수 있는 권리’였다.

[출처] <행동하는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 한상봉, 다섯수레, 2014

한상봉 이시도로
<가톨릭일꾼> 편집장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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